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칩거 중인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집으로 찾아온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나 “진보정치의 소명의식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심 후보의 중도 하차 가능성에 대해 여 대표는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 대표의 칩거는 이날로 사흘째다. 그는 지난 12일 저녁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가겠다”며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다만 심 대표는 이날 그간 꺼놓았던 휴대전화를 다시 켜고 당 지도부와 소통에 나섰다. 통화를 마친 여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심 후보가 ‘모든 걸 내려놓고 처음부터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는 심정으로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너무 큰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 대표는 이날 오후 이은주 정의당 의원(원내수석부대표)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심 후보의 자택을 찾았다. 여 대표는 1시간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나와 기자들에게 “심 후보가 힘들어 보였고 계속 숙고의 시간을 더 가질 계획”이라며 “너무 늦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이번 주말 내에 결론을 내주길 요청했고 후보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 심 후보가 어떤 말을 했나
- “진보정치 20년 중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 그 길을 걸어온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소명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 중도 사퇴 가능성이 있나
- “그것을 직접 묻는 것은 후보에게 고통스러운 일이고 당으로서도 도리가 아니라 묻지 않았다. 후보의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진보정치의 소명을 말한 것으로 볼 때 후보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무엇을 성찰하는 건가
- “우리가 무엇을 잘못 판단했고 무엇을 쇄신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보가 결론을 내고 직접 국민께 설명하는 게 맞다.”
- 건강 상태는 어떤가
- “고심이 많았는지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 말씀은 조용히 했지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정의당은 15일 오후 2시에 대표단, 의원단, 광역시도당 위원장이 비상연석회의를 열어 당의 쇄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여 대표는 “후보의 숙고와는 별개로 당도 위기의식을 무겁게 느끼고 전 지역의 지도부가 결의를 다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정의당의 대선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1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3%를 기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설 연휴 전에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1대1 TV토론을 하기로 합의한 것도 정의당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자칫 대선 기간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밥상에 썩은 생선만 올려서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것을 먹으면 국민은 배탈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원내수석은 “정의당 등 소수당은 빼놓고 두 기득권 세력이 서로 ‘네가 최악이고 내가 차악’이라며 겨루는 토론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이병철씨의 사망에 이 후보 책임론을 제기한 걸 거론하며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정의당을 압박했다. 조오섭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부검 1차 결과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다”며 “정의당마저 한 사람의 죽음을 정쟁의 제물로 이용했다. 공당답게 책임을 지라”고 했다. 이는 장혜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2일 “이 후보의 의혹과 관련된 인물이 벌써 세 번째로 갑작스럽게 죽었다. 우연으로 보기엔 참으로 오싹하고 섬뜩하다”고 논평한 걸 겨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