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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7시간 통화’ 방송 가능한가…“정치적 목적” vs “국민 알 권리”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분량 통화녹음 방송 여부를 두고 ‘정치적 목적’이라는 김씨 측 주장과 공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방송사 측 주장이 법정에서 맞섰다. 법원은 해당 내용이 조만간 방송될 예정인 점을 고려해 곧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법조계, 일부 내용 제외 등 조건 달아 기각 전망

김씨는 지난 6개월간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서 촬영을 담당한 A씨와 통화를 나눴다고 한다. 해당 통화 내용은 7시간 분량으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통화에는 정치 현안이나 각종 의혹, 사생활 등에 대한 김씨의 견해가 담겨 있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적 대화임이 명백하고, 도저히 기자 인터뷰로 볼 수 없다”라며 “사전 고지도 없이 몰래 녹음해 불법 녹음 파일임이 명백하다”라며 전날 김씨 명의로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수석부장 박병태)는 14일 심문기일을 열었다.

金 측 “의도적 접근”…MBC 측 “검증 필요성” 

심문 기일에서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와 통화를 나눈 A씨가 여러 사람과 논의한 뒤 정치적인 목적에서 김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답변을 유도했고, 답변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가장 약한 부분인 가족, 그리고 연약한 여성의 인격과 명예를 짓밟으면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상황”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음성권을 침해했고, 이를 받아 방송하는 것은 불법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MBC 측 변호인은 김씨가 유력 대선 후보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보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맞섰다. 김씨가 지난달 26일 ‘허위 이력’ 논란 등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한 점 등에 비춰보면 김씨는 공적 지위에 있고,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다.

MBC 측 변호인은 “영부인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가장 손쉽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우려되는 점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보도는 필요하다”라며 “김씨의 견해 등은 공적 관심사라고 할 수 있으며, 검증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짚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뉴스1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뉴스1

법원, 오늘 중 결론…알 권리·인격권 쟁점 

재판부는 MBC측에 구체적인 보도 예정 내용을 이날 오후 4시까지 정리해서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심문은 종결하고, (서면으로 제출된) 내용을 보고서 오늘 중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공적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사적 영역인 개인의 인격권 등 어느 것이 비교법익이 더 큰지 아닌지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이 보도 및 출판 금지 등과 관련된 가처분 사례에서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 등을 무겁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위 사실인 점이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는 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다만 지나치게 편파적이거나 개인에 악의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해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보도 내용 일부를 제외하거나 충실한 반론 반영 등을 조건으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 적잖다고 전망한다. 언론 관련 사건을 다수 맡은 한 변호사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비춰봤을 때 재판부가 조건을 달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항의 방문…“방송 장악” 대치 

한편 이날 오전 김기현 원내대표 및 박성중·이채익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 마포구 MBC 사옥을 방문해 박성제 MBC 사장을 면담했다. 김씨 통화 내용 보도를 예고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이 과정에서 촛불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국민의힘 측 사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국민의힘 측의 MBC 사옥 입장을 막으며 대치했다. MBC 노동조합 측도 “부당한 방송 장악”이라며 의원들의 방문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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