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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줄고, 물가 치솟고…'서민경제고통지수' 역대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서민경제고통지수'가 지난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밥상 물가를 중심으로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서다. 물류난 등으로 올해도 물가 상승이 계속될 수 있어 서민 고통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민경제고통지수 역대 최고

서민고통지수와 경제고통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민고통지수와 경제고통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은 지난해 서민경제고통지수(16.5)가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민경제고통지수는 생활물가상승률과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을 더한 것으로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를 참고해 만들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계량화하기 위해 고안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계산하지만, 서민경제고통지수는 서민 상황을 더 잘 나타내고자 소비자물가 대신 생활물가지수를 실업률 대신 체감실업률을 더한다.

추 의원실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서민경제고통지수를 계산한 결과 2017년(13.5)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12.0)까지 지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2020년(14.0)과 지난해(16.5) 각각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경제고통지수도 지난해 6.2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밥상 물가 체감실업률 큰 폭 올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서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커진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어서다. 실제 지수를 만들때 참고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3.2% 상승하며 2011년(4.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 물가 지수 458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 물가를 별도로 집계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생활물가지수 중 밥상 물가라고 불리는 식품 가격 상승률은 1년 전에 비해 4.7% 올랐다. 식품이외 품목 상승률(2.3%)의 두 배가 넘었다.

밥상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수요에 비해 수급이 원할하지 못해서다. 이상기후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농·축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글로벌 물류란까지 겹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생활 물가 상승으로 나가는 비용은 늘었지만,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상황은 더 안좋아졌다. 지난해 실업률(3.7%)은 2017년(3.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3.3으로 2020년(13.6)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11.2)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일반 실업률과 달리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를 구해 놓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과 구직 활동은 하지 않지만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 숨은 실업자까지 살펴볼 수 있어 체감 고용 시장 상황을 나타내기 더 적합하다.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히 늘어난 기업 규제에 코로나19 충격이 겹치면서 체감실업률은 예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여기에 생활 물가까지 급등해 서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고물가·고실업 이어질 수도

문제는 이런 경제적 고통이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민 생활을 압박했던, 물가 상승은 올해도 잡기 쉽지 않다. 올해 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작년 농산물 작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오미크론 변이 출현의 여파로 글로벌 물류 차질이 계속 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전기·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도 오른다. 긴축 정책 전환으로 인해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입 물가가 오르는 점도 변수다.

고용시장도 코로나19 확산이 변수다. 2년째 일자리가 많이 감소했던 숙박·음식점업 및 도매업 같은 대면 서비스업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채용 규모를 줄였던 기업이 일자리를 다시 늘릴지도 고용 시장 회복에 중요한 요소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 추세가 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쉽게 잡기 힘들다”면서 “코로나19 피해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 감소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서민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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