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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감소세…은행 예금 큰 폭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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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감소했다. 12월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2004년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연합뉴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달 전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조9000억)이나 2020년 12월(6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연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증가액은 71조8000억원으로 지난 20년(100조60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2조원 늘었다. 주담대 월 증가액은 2018년 2월(1조8000억원) 이후 가장 적다. 주담대 증가액은 주택거래가 둔화하며 지난해 8월(5조8000억원) 이후 매달 줄고 있다. 지난달 주담대도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늘었다. 지난달 전세자금 증가액은 1조8000억원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2000억원 줄었다.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크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관리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최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게 대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연말 상여금으로 대출을 갚는 등 계절적 요인도 반영됐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5월에도 5조5000억원이 감소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대형 공모주 청약증거금 환불로 대출 상환이 급증한 게 원인이 됐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12월 중 전(全)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3조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지역농ㆍ수협과 신용협동조합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증가액이 지난해 11월(1조7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인 9000억원으로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7.1% 수준으로 20년(8%) 대비 증가세가 둔화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상승하던 가계대출은 21년 하반기부터 금융권 관리노력 강화, 한은의 두차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현 증가율은 명목성장률(6.2%)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주요국 대비 여전히 빨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액 및 증가율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대출 증가액 및 증가율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리 상승과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은행 수신(예금)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은행 수신은 22조8000억원 늘어나 11월(18조2000억원)에 이어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항목별로는 수시입출식 예금이 24조5000억원 늘었다. 기업의 자금 예치와 가계의 연말 상여금 등이 은행 계좌로 유입된 결과다. 정기예금이 은행들의 규제비율 관리 등을 위한 예금 유치와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올해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금리 상승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인상이 유력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13일 “금융안정이라는 목표 하에서 그 외연을 가계 부채와 함께 자영업자와 금융권발 리스크까지 넓혀서 앞으로 상황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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