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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시청률은 0%대, 거기서 뽑힌 걸그룹은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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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Mnet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으로 결성된 걸그룹 케플러. 히카루, 강예서, 김다연, 샤오팅, 김채현, 최유진, 휴닝바히에, 서영은, 마시로(왼쪽부터). [사진 스윙엔터테인먼트]

Mnet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으로 결성된 걸그룹 케플러. 히카루, 강예서, 김다연, 샤오팅, 김채현, 최유진, 휴닝바히에, 서영은, 마시로(왼쪽부터). [사진 스윙엔터테인먼트]

9인조 걸그룹 케플러(Kep1er)가 출발과 동시에 대박을 터뜨렸다. 한터차트 등에 따르면 케플러 데뷔앨범은 10일까지 초동판매(음반 발매 후 첫 일주일간 판매량) 20만6500장을 기록했다. 걸그룹 데뷔앨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12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아이브의 15만2200장이다.

케플러는 지난해 8~10월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소녀대전’을 통해 결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Mnet이 ‘프로듀스 48’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걸그룹 오디션인 데다, 한·중·일 3개국 연습생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시청률은 0%대에 그쳤다. 3~4%대였던 ‘프로듀스 48’ ‘프로듀스 101’(시즌1)에 비해 실망스러운 성적표였다.

시청률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케플러의 성공은 최근 달라진 K팝 상황을 보여준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률도 3~5%였고, 화제성도 높았다. I.O.I, 아이즈원 등의 ‘데뷔=성공’은 당연해 보였다. 시청률 0%대 케플러의 고공비행은 어떻게 설명할까.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아이돌 흥행 상관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TV로 대표되는 올드미디어보다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의 접근도가 점차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걸그룹 앨범 초동판매 최다기록

연도별 걸그룹 앨범 초동판매 최다기록

2020년 Mnet ‘아이랜드(I-LAND)’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1%대로 기대 이하 시청률로 끝났는데, 여기서 데뷔한 보이그룹 엔하이픈(ENHYPEN) 데뷔 음반은 발매 첫날 23만장이 팔렸다. 엔하이픈의 지난해 정규 1집 ‘DIMENSION_DILEMMA’는 120만5900장이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음반 판매 9위에 해당한다.

3일 공개한 케플러의 데뷔곡 ‘와다다(WA DA DA)’ 뮤직비디오는 12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가 3199만760회다. 국적별로 따져보면 인도네시아가(33.7%), 일본(15.2%), 필리핀(10.8%), 태국(6.2%) 순이다. 한국은 6위(3.8%)로 베트남(5.2%)보다 낮다. ‘와다다’는 발매 직후 일본,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칠레, 멕시코, 싱가포르, 필리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11개국 아이튠즈 전체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K팝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앨범 수출 순위가 일본, 중국, 미국에 이어 4위”라며 “최근 새 K팝 시장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조회 수 2위 일본은 케플러 멤버(9명) 중 2명이 일본인인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걸스플래닛 999:소녀대전’이 ‘유니버스’라는 앱을 통해 글로벌 투표 시스템을 도입한 점도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음반의 초동 판매량은 팬덤과 시장 규모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최근 걸그룹 초동판매는 뚜렷한 우상향 추세다. 그래도 보이그룹보다 여전히 시장성이 낮다. 지난해 보이그룹은 197만3200장을 기록한 방탄소년단의 ‘Butter’ 등 초동 판매만 100만장이 넘는 앨범이 세 차례 나왔다. 지난해 걸그룹 최다인 트와이스의 ‘Formula of Love:O+T=〈3’(31만8800장)조차 보이그룹 11위인 더보이스의 ‘THRILL-ING’(52만3600장)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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