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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시멘트비가 내린다"…광주 붕괴 전조 2년간 324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전날 외벽 붕괴 사고가 난 현장 인근 상가 업주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전날 외벽 붕괴 사고가 난 현장 인근 상가 업주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인근 상가 업주들, 현장서 피켓 시위 

'하늘에서 시멘트비가 내린다(2021년 9월 25일 현장)', '20층에서 떨어지는 돌·쇠못은 어쩌란 말이냐'….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전날 외벽 붕괴 사고가 난 현장 인근 상가 업주 대여섯 명이 '하늘에서 시멘트비', '돌·쇠못은 어쩌란 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붕괴 사고가 난 공사 현장과 관련해 약 2년 6개월 전부터 크고 작은 전조 현상이 발생해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서구청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서구청이 진즉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시정 조치를 내렸다면 붕괴 사고는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다.

광주광역시와 소방당국이 12일 구조견과 구조대원 등을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건물 안팎에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와 소방당국이 12일 구조견과 구조대원 등을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건물 안팎에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비 오듯 돌 떨어져…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슷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 상가에서 일한다는 한 누리꾼은 "상가 앞쪽 전체가 2년 전부터 지반 침하로 갈라지고 지하 주차장은 물이 샌 지 벌써 1년이 넘었다"며 "날마다 비산 먼지와 소음이 발생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한 달 전에는 비 오듯 돌이 떨어졌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안타까운 생명만 잃게 됐다"고 했다.

광주 서구에 따르면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2블록 공사 현장 관련해 2019년 5월 13일부터 사고 직전까지 모두 32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서구는 이 가운데 행정처분 13건, 과태료 처분 14건(2200만 원)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작업 시간 미준수 ▶싣기 및 내리기 작업 중 살수 미흡 ▶공사장 생활소음 규제 수준 초과 ▶면 고르기 연마 작업 중 비산 먼지 저감 시설·조치 부적합 ▶공사장 안 통행도로 살수 조치 미흡 등이다.

서구 측은 "민원이 있을 때마다 현장 점검을 나갔다"며 "대부분 안전과는 거리가 있는 소음이나 비산 먼지에 대한 민원이었다"고 밝혔다.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섭 "현대산업개발, 참 나쁜 기업" 비판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우리 시민들에게는 참 나쁜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1일 오후에 사고가 났는데도) 12일 0시가 다 돼서야 대표이사가 광주에 도착했고, 이날 오전 10시 한장짜리 사과문 발표가 전부였다"며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건설 현장의 참사가 반복돼 시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고 답답하다"고 적었다.

앞서 광주시는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추진하는 모든 공사를 중단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시장은 "국토부·경찰청 등과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해 모든 법적·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을 발본색원하기로 했다"며 "공사 과정에서 시민 민원에 대해 만약 행정 공무원들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3시47분쯤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하청업체 직원 6명이 연락이 두절돼 소방당국이 현재 수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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