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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공약’ 이재명, 10대 기업 CEO에 “꼭 필요한 규제 빼고 풀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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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산업 분야 정책 공약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산업 분야 정책 공약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일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G5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산업 대전환을 위한 7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앞세운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은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세계 경제 10대 강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산업 전환이 지연되고 생산연령 인구감소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산업 대전환 7대 공약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7대 공약엔 ▶제조업 디지털 전환 ▶재생에너지 확충과 탄소중립 추진 ▶미래 선도 10대 산업 육성 ▶공급망 자립화·다변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3.0 프로젝트 ▶맞춤형 혁신인재 양성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포함됐다.

이 후보는 이중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더해 제조공정을 스마트화하겠다는 첫 번째 공약에 무게 중심을 뒀다.  그는 “자동차, 조선, 철강, 섬유, 가전, 유통 등 업종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해 제조업 혁신을 이루겠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대·협력사업을 지원해 스마트공장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산업을 선도할 ‘빅(big) 10 산업 프로젝트’ 추진 계획도 밝혔다. 반도체·미래 이동수단·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 산업을 ‘5대 슈퍼클러스터’로 구축하고, 로봇·그린에너지·우주항공·패션테크·메타버스를 ‘이머징 5 신산업 프로젝트’로 선정해 대규모로 투자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산업에선 탄소중립 추진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핵심이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충은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현안”이라며 “이제 BMW 등 거대 다국적기업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 만드는(RE100, Renewable Energy 100) 산업 부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해 미국과 유럽의 탄소국경세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소산업 활성화를 통해 수소 기반 이동수단과 발전설비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555 공약(코스피지수 5000, 국민소득 5만 달러, 종합국력 세계 5위)’에서 코스피지수를 빼고 수출액 1조 달러를 포함한 ‘155 공약’도 발표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644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수출 1조 달러 달성 가능성에 대해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 주력 품목 외에 바이오헬스, 문화콘텐트, 교육과 같은 분야로 수출 길을 다양화하면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급적이면 구체적인 수치로 목표를 제시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임기 내에 이루겠다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도록 토대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나 중국발 요소수 대란 등과 같은 산업에 대한 불의의 위협을 예방하기 위해 산업별 공급망을 세분화해 점검하고 예상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다. 디지털 대전환과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교육훈련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 합시다"에 앞서 손경식 경총회장으로부터 경영계 건의서를 전달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 합시다"에 앞서 손경식 경총회장으로부터 경영계 건의서를 전달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공약 발표 뒤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에 참석했다. 이 간담회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상빈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경총이 제일 관심 있는 이야기는 규제일 거 같다”며 “시장의 합리적 경쟁과 효율을 제고하는 규제는 남기고 그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철폐 또는 완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관료들이 책상에 앉아서도 해도 될 것과 안 될 것을 판단할 수 있었는데 이젠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어려워졌다”며 “신산업 창출과 산업 전환을 위해 일반적인 것들은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청년 채용을 과감하게 늘리는 것을 고려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 후보는 “청년 세대가 저성장과 기회 부족의 피해를 다 떠안게 돼 수도권과 지방, 남성과 여성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며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도 대대적인 투자를 할 테니 기업도 ESG 경영의 일환으로 청년 채용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설 연휴 전까지 이런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는 경제 관련 일정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 후보의 실용주의적, 기업친화적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은 오너 일가 출신이 아닌 자수성가형 경영자들로 이 후보의 소년공 출신 정치인이란 콘셉트와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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