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게 고민이다. 당선을 위해선 40%를 넘어 더 올라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이 최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서 토로한 고민이다.
실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일부 조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30%대 그치고 있다. 12일 발표된 YTN·리얼미터의 다자대결 가상 대결 조사(10~11일, ARS 방식)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6.9%에 그쳤다. 오차범위 이내였으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39.2%)보다 낮았다.
YTN·리얼미터 조사는 ARS 방식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전화면접 방식 조사에서도 최근 이 후보 지지율은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2주간 오차범위 밖 1위를 기록했던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이 후보 지지율은 30% 후반대에 그쳤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서 정체된 지지율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매직 넘버’는 43%…“文도 5자 구도에서 42% 찍었다”
민주당에선 일단 이 후보가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1차 결집엔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지지율이 꾸준하게 37~38%를 기록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그보다 조금 더 나오는 상황”이라며 “우리 진영 결집은 대부분 마무리가 된 만큼, 이제는 중간 지대 유권자를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승리를 위한 ‘매직 넘버’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숫자는 43%다. 5자 구도였던 2017년 대선과 달리 거대 여야 정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 41.1%보단 높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47~49일 전 여론조사에서 42%를 찍고 나서야 41%대 득표에 성공했다”며 “아직은 더 우상향 추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 변수가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스권 탈출’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최대 5%로 추정되는 다른 후보 지지율을 제외한 ‘제로섬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당선을 위한 득표율 기준은 47~48%를 훌쩍 넘게 된다. 이 후보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추산을 근거로 “설 연휴 전까지 부동층에서 5%를 더 끌어와서 42~43%를 만들어야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40% 고지 넘는 키워드 : 중도층·수도권·메가 이슈
박스권 탈출을 위한 승부처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역시 중도층이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스권을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2~3% 내지 3~4% 중도 영역”이라며 “저는 그분들에게 진영 논리보다는 포지티브한 비전, 정책, 역량, 미래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신경제 비전 선포식’(10일), ‘10대 그룹 CEO 간담회’(11일) 등 경제 행보에 나선 것 역시 중도층 공략을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역으로는 수도권이 승부처로 거론된다. 워낙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라 당내에선 “수도권 민심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서는 대선 필패”(서울 지역 의원)란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주말마다 지역을 찾는 메타버스 일정을 거꾸로 해석하면, 주 4~5일은 수도권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지난주엔 주말 일정까지 수도권에 총력을 다했다. 그만큼 절박하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메가 이슈’를 꺼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이른바 ‘소확행 공약’도 계속 이어가겠지만, 권력구조 개편이나 정치혁신 같은 거대 의제를 굴려서 시선을 우리 쪽으로 끌고 와야 한다”며“게다가 야권 단일화 이슈가 길어지면 관심이 저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메가 이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