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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속 뛰어들어 인명 구한 ‘고3 영웅’들...장학금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새벽 화재 현장에서 기지를 발휘해 7명의 목숨을 구한 최다래양과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박진수군(왼쪽부터)이 장학증서를 수여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교육청

새벽 화재 현장에서 기지를 발휘해 7명의 목숨을 구한 최다래양과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박진수군(왼쪽부터)이 장학증서를 수여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교육청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은 지 이틀째인 지난 2일 오전 3시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새벽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동 한 원룸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전기 누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였다. 불은 빠르게 번져나갔지만 늦은 시간 잠을 자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

화재 현장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사는 포항해양과학고 3학년 최다래(19)양은 잠들지 못한 채로 깨어 있다가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 곧장 친구인 신라고 3학년 박진수(19)군에게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으냐”고 물었다.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직감한 이들은 119에 신고하고, 소화기를 챙겨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건물은 화재가 번지면서 연기가 급속도로 피어오르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안에 머무는 이들이 위험하겠다고 판단한 최양과 박군은 3층짜리 원룸으로 뛰어 올라가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자는 사람들을 깨웠다. 이 덕분에 건물 안에 있던 7명 모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30여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최양과 박군의 기지 덕택에 인명피해는 없었고 소방서 추산 4000여만원의 재산피해만이 났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경북도교육장학회는 12일 오후 최양과 박군에게 각 50만원씩의 장학금과 장학증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김정한 경북도교육장학회 이사는 “새벽 화재 현장에서 7명의 생명을 구한 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 위해 이번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선행 학생을 적극 발굴, 격려해 지역 사회에 따뜻한 귀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학생들은 지난 5일 포항시로부터 표창패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강덕 포항시장은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 여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지는데 이번에 신속하게 대응한 두 유공자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진화됐다”며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두 분의 살신성인 자세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표창패를 받은 박군은 “누구라고 그 상황이면 저보다 더 신속한 신고와 행동으로 어려운 시민을 돕지 않았겠냐”고 했다. 최양은“다친 사람이 없다니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임인년 올해엔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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