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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법·기술 장벽, 동물장기 이식은 먼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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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살아있는 사람에 돼지 심장을 이식한 최초의 수술이 미국에서 이뤄진 가운데, 한국에서도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장기를 종이 다른 동물에 이식하는 ‘이종이식’ 연구를 통해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11일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돼지의 심장·각막 등을 영장류(원숭이)에 이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축산원과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팀은 유전자 형질을 변형한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돼지 심장을 받은 원숭이가 60일간 생존한 것이 국내 이종 간 심장 이식 수술 중 최장 기록이다.

아직 한국의 이종이식 연구는 갈 길이 멀다. 관련 연구를 선도하는 국가에서는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900여일간 생존했던 사례도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2010년 개발한 ‘믿음이’는 초급성과 급성 거부반응을 제어한 장기 이식용 돼지이다.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2010년 개발한 ‘믿음이’는 초급성과 급성 거부반응을 제어한 장기 이식용 돼지이다. [사진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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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축산원이 초급성 면역 반응(이식 후 곧바로 일어나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형질을 제거한 돼지를 2009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관련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다. 돼지의 장기·조직을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돼지의 유전자에서 면역 반응(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형질을 제거하거나 사람 유전자의 형질을 추가해야 한다.

류재규 축산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은 “이번에 미국에서 시행된 수술의 경우 9개의 유전자 형질을 변형한 돼지를 사용했는데, 2016년 당시 국내에서 원숭이에 한 이식 실험에서는 유전자 형질을 2개 변형한 돼지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축산원은 현재 유전자 형질을 5개 변형한 돼지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사람에게 수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축산원의 설명이다. 한국에선 생명윤리법상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미국에서의 이번 수술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승인이 있어 가능했다.

앞으로도 돼지를 이용한 장기 이식 연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돼지는 사람과 생리학·해부학적으로 유사한 데다 장기의 크기도 사람과 비슷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장기 이식 실험에는 주로 100㎏ 이하의 ‘미니 돼지’를 쓴다. 특히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이기 때문에 장기 이식 연구에 성공할 경우 상용화하는 데도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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