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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도 흔들, 폭탄 떨어진줄" 아수라장 된 전투기 추락 현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 태봉산 자락에 F-5E 전투기가 추락해 공군 관계자들이 기체를 수습하고 있다.  전투기에는 A대위(30대) 홀로 탑승 중이었으며 폭발물 등은 탑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 태봉산 자락에 F-5E 전투기가 추락해 공군 관계자들이 기체를 수습하고 있다. 전투기에는 A대위(30대) 홀로 탑승 중이었으며 폭발물 등은 탑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쾅’ 하는 폭발음이 들리길래 ‘누구네 집에서 가스가 터졌나’ 했어요. 그런데 태봉산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더라고요.”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1리 장주응(65) 이장은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추락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투기 추락에 주민들 혼비백산 

관항1리는 150가구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전날 눈이 내리면서 주민 상당수가 집에 있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던 주민들은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낸 굉음에 깜짝 놀라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한 주민은 “‘쾅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창문이 막 흔들려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경기도 119 종합상황실에도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전투기가 추락했다” “폭발 사고가 난 것 같다” 등 32건이 접수됐다.

전투기가 떨어진 곳은 민가와 약 100m 떨어진 곳이었다. 전투기에 폭발물 등은 탑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추락하면서 발생한 전투기 파편이 흩어지면서 주변의 수풀 3~4곳에 불이 붙었다. 나무와 풀 등이 타긴 했지만, 민간인 피해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장 이장은 “전날 눈이 내리면서 풀들이 젖어 불이 크게 번지지 않은 것 같다”며 “피해 상황을 집계 중인데 큰 피해를 본 주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종사, 전투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  

소방 당국은 인원 196명, 장비 35대를 동원해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 불은 이 날 오후 3시 22분쯤 모두 꺼졌다. 조종사인 심모(30대) 대위는 오후 3시 53분쯤 전투기 동체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투기가 이륙한 공군기지에서 서쪽으로 약 8㎞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고 한다.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서 공군 관계자들이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공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께 F-5E 전투기가 이륙해 상승 중 추락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서 공군 관계자들이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공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께 F-5E 전투기가 이륙해 상승 중 추락했다. 연합뉴스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인 심 대위는 이날 오후 1시 44분쯤 주간 비행 훈련을 위해 F-5E 전투기에 올랐다. 그러나 이륙 후 상승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좌우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이어서 기체가 급강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 대위는 관제탑과 교신에서 두 차례 ‘이젝트’(Eject·탈출)를 선언하며 비상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이 수습되는 것을 지켜보던 관항1리 주민들은 “조종사가 무사히 탈출하길 바랐는데 순직했다니 안타깝다”며 안쓰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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