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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이석준으로 만들지말라"…딸 남친에 두딸 잃은 부친 호소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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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손주들에게서 ‘엄마를 죽인 살인자에게 데려다 달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다. 나를 이석준(송파 여자친구 가족 살인사건 피의자)으로 만들지 말아달라. 원한이 쌓이면 뭐든 할지도 모른다. 제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

피해 자매 아버지 "사형 선고되는 것 보기 위해 살아" 

자신의 여자친구와 언니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기소된 김모(34)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 11일 오전 11시 대전고법 231호 법정. 한날한시에 두 딸을 잃은 아버지는 증인석에 나와 깨알처럼 적은 메모를 읽으며 담담하게 증언했다. 재판부의 배려로 항소심 공판에서 마지막으로 법정에 선 그는 “사형이 선고되는 것을 보기 위해 죽지 않고 살고 있다. 돌아가서 손주들에게 (그놈이) 죽는다는 말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0년 6월 25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2020년 6월 25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15분간 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그는 “피고인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두 딸에게 접근한 계획적인 범행”이라며 “(피고인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단 한 번도 용서를 구하거나 사죄한 적이 없다. 살인자는 살인자일 뿐”이라고 했다.

검찰 "천인공노할 범죄 저질러 사형 선고해달라" 

검찰은 이날 대전고법 형사항소3부(정재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몇 시간 만에 동거인(여자친구)과 언니를 살해, 아버지 등 가족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뒤 지문을 없애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범행을 은폐했고 언니의 차를 훔치고 도주 자금까지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큰딸)는 자녀 3명을 둔 가장으로 피해를 당하기 전날에도 아버지와 다정한 문자를 나눌 정도로 착한 딸이었다”며 “유족은 하루하루 통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법과 정의의 아름을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20년 6월 25일 두 자매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 입구에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2020년 6월 25일 두 자매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 입구에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유족에게 사과 표할 기회 놓친 것 같다. 피고인을 대신해 유족에게 사과드린다”며 “다만 항소심의 쟁점이 사형 선고인데 문명국가에서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지를 재판부가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변호인 "문명국가에서 타인 생명 빼앗을 수 있나" 

이어 “계획적 살인이라면 사형선고가 가능하겠지만, 첫 번째 살인은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혼선의 시간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미뤄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최후 변론에서 “어떤 변명도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고 사죄드린다.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받아도 마땅하다”고 답했다.

2020년 6월 25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2020년 6월 25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김씨는 2020년 6월 25일 오후 10시30분쯤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친구 A씨(38)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A씨 언니(39) 집에 침입, 방에 숨어 있다가 이튿날 오전 0시30분쯤 집으로 돌아온 언니를 살해했다.

피고인, 2020년 6월 당진서 자매 살해한 뒤 도주 

김씨는 자매를 살해한 뒤 언니의 차를 훔쳐 울산으로 달아났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도주 과정에서 훔친 여자친구 언니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고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도주 중 금품을 훔치기 위해 언니가 운영하던 가게 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묻기도 했다.

김씨의 범행은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부모의 신고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2곳에서 각각 숨져 있는 A씨 자매를 발견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 방치된 시신은 이미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경찰은 범행 일주일 뒤인 7월 2일 버스터미널에서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2020년 6월 25일 충남 당진에서 발생한 자매 살해사건과 관련해 자매의 아버지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중앙포토]

2020년 6월 25일 충남 당진에서 발생한 자매 살해사건과 관련해 자매의 아버지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중앙포토]

두 딸을 잃은 아버지는 2020년 12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딸의 남자친구가 제 딸과 언니인 큰딸까지 살해하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엄벌에 호소했다. 그는 “제 인생은 두 딸이 살해당했을 때 산산조각이 났다”며 “심인 미약을 주장하는 범인이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 무기징역 선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20일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김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언니까지 살해, 피해자들이 심한 고통과 함께 삶을 마감하도록 했다”며 “동시에 (자매의) 부모는 두 딸을 잃었고 어린 자녀들은 더는 엄마를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11일 자매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신진호 기자

11일 자매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신진호 기자

1심 선고 직후 검찰은 “형량이 너무 낮다” 김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25일 오후 2시 대전고법 23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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