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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서 아이 뛰는데 법적문제 없어…층간소음 기준 강화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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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가 깔린 집에서 아이가 뛰는 모습. 정부는 올해 층간소음 기준 강화 등에 나서기로 했다. 중앙포토

매트가 깔린 집에서 아이가 뛰는 모습. 정부는 올해 층간소음 기준 강화 등에 나서기로 했다. 중앙포토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층간소음 기준이 올해 안에 강화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초기에 중재할 수 있는 매뉴얼도 처음 보급할 예정이다. 다만 법적 기준 개정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만큼 분쟁 상황에 빠르게 개입할 수 있는 지자체 등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환경부가 발표한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엔 편안하고 쾌적한 정주 환경 조성을 위한 층간소음 대책이 담겼다. 실생활 속 불편함을 고려해 연내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층간소음 기준을 개정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층간소음 판단의 잣대는 환경부·국토부가 2014년 공동 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다. 이에 따르면 발소리 같은 직접 충격 소음이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에는 1분간 평균 43dB(데시벨), 야간에는 38dB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본다. 이러한 데시벨 기준치가 8년 만에 낮아지는 것이다.

이는 층간소음 민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소음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20년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상담 신청 건수는 4만2250건이다. 2019년보다 60% 정도 늘었다. 작년 상반기엔 이미 2019년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내 생활이 늘어난 데 따라 윗집·아랫집 간의 다툼도 커진 것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지만 소음을 직접 측정해도 법적 기준을 넘는 비율은 최근 5년간 7.4%에 불과했다. 윗집에서 뛰거나 걷는 소리가 주된 원인인데, 아이가 뛰는 소음은 기준치 아래인 40dB 수준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한국환경공단의 연구용역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현행 기준인 43dB 소음 시 아랫집에서 짜증을 느끼는 '성가심' 비율이 84%로 나왔다. 법적으론 문제없어도 거주자 입장에선 대부분 참기 어려운 셈이다.

정부는 층간소음 갈등을 초기부터 예방하기 위한 공동주택용 교육 프로그램도 올 하반기 새로 개발할 계획이다. 입주자가 이웃사이센터에 알리기 전 관리사무소 등에서 자체 중재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알려주는 식이다. 층간소음 살인·폭력 사건마다 불거지는 초기 대응 미진 같은 문제점을 반영한 변화다.

이경빈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 소음 기준은 성가심을 느끼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교육 프로그램은 정부 개입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파트 단지 등을 감안해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작해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다. 당사자와 자리를 갖고 이야기 나눌 때 참고할 구체적 가이드를 마련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선 층간소음 갈등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선 층간소음 갈등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뉴스1

이번 기준 강화로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가구가 윗집에 생활습관 개선, 배상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문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윗집에서 더 조심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소음에 민감해진 이웃 간 다툼이 되레 악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새로운 정책의 방향성은 좋지만, 이것만으로 민원 만족도를 높이긴 어렵다"라면서 "법적 잣대는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대신 최대한 빠르게 민원인에 접근하고, 꾸준히 관리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는 이웃사이센터 외에 지자체, 아파트별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도 예산을 지원하고 이들의 중재 기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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