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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홍남기 ‘경제 36대 성과’ 자랑, 선거용 혹세무민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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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성과라고 자랑한 정책 목록. 대부분이 기존에 있었던 성과의 연장선에 불과하거나, 사실상 실패했는데도 성과라고 주장한 것도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성과라고 자랑한 정책 목록. 대부분이 기존에 있었던 성과의 연장선에 불과하거나, 사실상 실패했는데도 성과라고 주장한 것도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주거 안정 도모’‘재정건전성 유지’ 등 주장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 … 국민 우롱 멈춰야

어처구니가 없다. 어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문재인 정부 경제 분야 36대 성과’에 열거된 경제 성과 얘기다. 홍 부총리는 “과제를 몇 개씩 묶어 시리즈로 15회에 걸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발돋움처럼 잘 알려진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숨은 성과’도 담겨 있다고 적었다.

어떤 내용인가 봤더니 36개 대다수가 과장 아니면 견강부회였다. 우선 기존에 있었던 성과의 연장선에 불과하거나 기업의 성과를 현 정부의 자체 성과인 것처럼 포장한 경우다. ‘10위권 경제대국 도약’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은 현 정부가 특단의 정책을 채택해 얻은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올해는 경제개발이 시작된 지 60년째 되는 해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쌓아 올리고 국가의 역량이 쌓여 경제대국이 되고 수출도 잘된 것이지 5년 만에 경제대국이 된 게 아니다.

‘제2 벤처 붐 확산’ ‘선제적 규제 혁신 추진’도 말이 안 된다. 벤처 붐은 박근혜 정부가 집중적으로 벤처 규제를 완화해 되살려 놓은 결과라는 걸 모르는 벤처인이 없다. 오히려 현 정부에선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벤처 업계로선 규제가 늘면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반발해 연임을 포기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나마 이 정도는 성과 분식(粉飾)이라고 치자. 나머지 대다수는 자화자찬을 넘어 현실 호도에 가깝다는 점이다. ‘코로나 대응 모범 국가’라고 했지만 어떤가. 국민의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으로 버텼을 뿐이지 오락가락하는 거리두기 방식 때문에 자영업자는 초토화됐다.

아파트값과 전·월세 폭등으로 누가 봐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두고 ‘주거 안정 도모’라고 평가한 것은 낯뜨겁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는 “문 대통령 앞에서 부동산 대책을 보고하던 중 청와대 핵심이 양도차액 100% 과세를 언급해 고성이 오가며 싸웠다”고 폭로했다. 양도차액 전액에 세금을 물린다는 사회주의 발상으로 경제를 이끌었으니 부동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일자리의 질 개선’ 역시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대졸자 취업률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현실을 감안할 때 양심이 있다면 할 수 없는 얘기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역시 출산율 0.84의 나라에선 민망하다. 국가채무 400조원 증가에도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항목도 있다.

반성문을 써도 모자랄 판에 실패를 성과로 둔갑시킨 것은 블랙코미디일 뿐이다. 객관적 검증도 없이 성과라고 주장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현 정부에서 일으킨 부동산·노동시장·탈원전 등 정책 실패들이 저절로 해소되나.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이런 자화자찬은 혹세무민이 될 뿐이다. 더 큰 비판을 받기 전에 당장 국민 우롱을 멈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