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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보다 비싼 중고 골프채…없어서 못 파는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AK 골프 본사 직영 매장. 골프용품 진열대에는 빈 곳이 더러 있었다. 이 회사 성재현 영업 담당 상무는 “물건 입고가 안 돼 매대 몇 개를 치웠다. 2018년 형 재고품과 잘 안 팔리는 물건 등을 전시해놨지만, 그것으로도 남은 매대를 채우지 못했다”며 “골프존마켓이나 AK 골프처럼 대형 업체들도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 작은 업체들 사정은 훨씬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주말 골퍼 정모 씨는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이언 세트를 사려다 ‘알림 신청하시면 상품 재입고 시 알림으로 고객님께 안내해드립니다. 재입고 알림을 받으셨더라도 선착순 판매로 인해 조기 소진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올해 초 한 포털사이트가 진행한 젝시오 라이브 쇼핑에는 14만 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다.

골프채

골프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골프장을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 덩달아 골프용품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물류대란 탓에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골프업계는 새로 골프에 입문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골프 인구가 4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핑 골프 김진호 부사장은 “중국·베트남 등에 있는 부품 공장이 코로나 셧다운 등으로 인해 가동률이 떨어졌다. 수요에 맞춰 공장 증설을 하고 있지만, 아직 완료된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핑 골프의 경우 일손이 달리자 미국 본사의 존 솔하임 회장이 골프용품을 조립하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리지스톤 골프의 신용우 상무는 “샤프트를 만드는 일본의 철강 회사는 더 중요한 기간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골프용품 생산을 줄였다. 요즘은 물건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배당을 받는다는 표현이 맞다”며 “본사에서는 그립이나 샤프트 등은 알아서 조달하라는 분위기다. 그래서 직접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용품 중에도 아이언과 여성 클럽이 특히 부족하다. 신규 골퍼의 경우 무엇보다도 아이언이 필요한데 선호하는 브랜드나 스펙에 맞는 물건을 찾기 힘들다. 골프용품 업체들은 또 “여성 골퍼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골프 열기가 뜨거워짐에 따라 악성 재고로 골치를 앓았던 몇몇 브랜드는 고민을 깨끗이 털어버렸다. 중고채 가격도 올랐다. 골프용품은 조금만 사용해도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 요즘엔 신제품과 비슷한 가격에도 잘 팔린다. 일부 중고 인터넷 쇼핑몰은 물건이 없어 문을 닫기도 했다.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는 2~3년 된 재고품이나 쓰던 물건이 신제품 가격에 나오기도 한다. AK골프 성재현 상무는 “아이언 세트를 115만원에 구입한 뒤 당근마켓에 135만원에 내놓는 사람도 봤다. 그런데도 물건이 워낙 없으니 팔린다”고 말했다.

신제품 가격도 오름세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이 오르면서 드라이버 기준 도매가가 약 9% 올랐다. 물건을 찾는 사람이 많은 데다 할인 판매도 줄기 때문에 20% 정도의 가격 인상요인이 생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핑 골프 김진호 부사장은 “신제품이 대량 생산되는 6월 경이면 용품 수급이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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