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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카자흐 정상 친하다는데…발묶인 한국인 빨리 돌아올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현지에 발이 묶인 우리 국민이 조속히 귀국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두 차례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청와대는 ‘각별한 우정’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카자흐스탄 당국은 알마티 국제공항의 통제권을 되찾았지만, 한국인 승객 37명과 승무원 8명 등 총 77명이 탑승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여전히 공항에 묶여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8명의 승무원은 알마티 시내의 한 호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교민 등 여객기 승객들은 카자흐스탄에 있는 자신의 자택이나 지인의 집 등 별도의 안전한 공간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서는 그간 투입했던 정상외교 자원을 이제 국민 보호를 위해 회수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해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지난해 8월엔 토카예프 대통령이 방한해 또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 토카예프 대통령 방한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이뤄진 외국 정상의 첫 방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카자흐스탄 키질로르다에서 국내로 봉환했고, 정부는 이를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로 홍보했다. 당시 청와대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은) 양국의 특별한 인연을 되새기고 우의를 증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뤄진 토카예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양국 간 각별한 우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카자흐스탄에 공들인 이유가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 목적에 그칠 게 아니었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을 하루빨리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특별한 인연’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정상회담 개최 등 상당한 외교 자산을 투입했는데도 국민 안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강조했던 ‘각별한 우정’을 머쓱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문제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경찰과 반정부 시위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전 경고 없는 발포를 허가하는 등 무차별 진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귀국 절차가 재개될 수 있도록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카자흐스탄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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