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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구경 車 10만대 왔다" 장관 자랑뒤, 눈 파묻혀 21명 동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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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북부 무르리 고원에서 8일(현지시간) 군인들이 폭설로 고립된 차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북부 무르리 고원에서 8일(현지시간) 군인들이 폭설로 고립된 차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소 21명의 동사자가 발생한 파키스탄 관광지 참사는 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예고된 인재(人災)’란 지적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파키스탄 당국이 관광지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와 미흡한 안전 대책 없이 관광객을 끌어모으다 참변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70여km 떨어진 펀자브주 무리(Murree) 고원은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겨울철 인기 휴양지다. 임란 칸(70) 파키스탄 총리가 홍보에 직접 나서면서 더 유명해졌다. 특히 사고 전, 눈 구경을 위해 몰려든 인파와 관련해 파와드 차우드리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지난 1주일여 간 차량 10만여대가 들어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세계 2위봉 K2(8611m)가 있는 파키스탄 북부는 겨울철 폭설이 내리지만,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은 겨울철 눈 구경을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정도로 따뜻하다.

사람들이 무르리 고원에 폭설에 고립된 차량을 합심해 밀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람들이 무르리 고원에 폭설에 고립된 차량을 합심해 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사고 직후 칸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기상 상황을 확인하지 않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전례 없는 폭설에 지자체가 준비할 새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DAWN 등 현지 언론은 “사고의 책임을 관광객에게 돌리려는 처사”라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산 중턱에 위치해 겨울철엔 시내로 통하는 길이 눈으로 막히는 경우가 잦았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당국이 관광객 인파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비상사태 대책을 세우지 않고 관광지를 홍보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도시정책 전문가 아흐마드는 NYT에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부터 이어진 폭설로 무리 고원에 수천 대의 차량이 고립돼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이 중 10명은 15세 미만이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영하 8도까지 떨어진 강추위 속에서 저체온증으로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BBC는 전했다.

일각에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릴랜드대 감염병 책임자인 파힘 요누스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공회전하는 차량이 눈에 파묻힐 경우, 막힌 배기가스 장치로 인해 탑승자가 순식간에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서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

파키스탄 군 병력이 무르리 고원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파키스탄 군 병력이 무르리 고원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고립된 관광객 일부는 아직 대피하지 못한 상황이다. 폭설이 내린 마을에 갇힌 관광객 우스만 압바시는 AFP 통신에 “사람들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고립된 차량 1000여 대를 구조하기 위해 군과 민병대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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