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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2만원…MZ세대 몰려서 연말에 난리난 '스위스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사원 박지영(27)씨는 지난 연말을 ‘서울시 유럽구 스위스동’에서 보냈다. 다름 아닌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로 유럽식 테라스 인테리어가 입소문을 타 연말특수를 누렸던 호텔이다. 박씨는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알아보다 마치 유럽에 간 것 같은 이국적 느낌에 끌려 예약했다”고 말했다.

서울 홍제역 근처 스위스 그랜드 호텔 전경. 유럽 여행을 온듯한 중정형 로비 덕에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박지영]

서울 홍제역 근처 스위스 그랜드 호텔 전경. 유럽 여행을 온듯한 중정형 로비 덕에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박지영]

2년간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내 이국적 장소들이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은 1988년 개관한 제법 오래된 호텔이지만, 최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고전적 인테리어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곳 김상우 매니저는 “코로나 19 시기 이전에는 해외 비즈니스 관계자들의 방문이 많았다면, 이후에는 국내 고객 중에서도 MZ(밀레니얼·Z) 세대의 유입이 많아져 호텔 내 공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미국식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충남 당진의 카페. [사진 독자 제공]

미국식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충남 당진의 카페. [사진 독자 제공]

카페를 마치 테마파크처럼 꾸민 곳도 있다. 충남 당진의 ‘로드1950’은 미국 여행 온 기분이 들게 하는 인테리어로 입소문이 났다. 서해를 배경으로 규모 있게 펼쳐진 카페 공간 여기저기에 기찻길과 공중전화 부스, 오토바이 등을 설치해 1950년대 미국 길거리 풍경을 재현했다. SNS에서 ‘사진 맛집’으로 통한다. 인근 충남 천안의 카페 ‘교토리’는 일본 교토 감성 카페로 유명하다. 잠시 비행기를 타고 교토의 어느 찻집에 온 듯한 이국적 목조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실내 공간 한 편에는 다다미와 격자 창문, 작은 찻상이 있어 언뜻 보면 영락없는 일본이다.

고즈넉한 교토의 분위기를 재현한 카페. 사진 오니 컴퍼니

고즈넉한 교토의 분위기를 재현한 카페. 사진 오니 컴퍼니

약 2만원의 입장료로 일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경기도 동두천시의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보다 노골적으로 여행에 목마른 MZ를 유혹한다. 붉은 제등을 밝히고 일본어로 쓰인 족자를 내건 목조 건물이 죽 늘어서 있어 그야말로 한국 속 작은 일본이다. 이곳은 원래 옛 미군 훈련장 부지에 세운 오픈 세트장이었다. 주로 촬영 장소로 쓰이다 지난해 9월 일반에 공개됐다. 마치 실제 여행이라도 온 듯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이 몰린다.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는 니지모리 스튜디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만1000건이 넘는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 장진영 기자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 장진영 기자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상 속 순간에서도 작은 외국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다. 서울 종로구 북촌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빵 맛도 맛이지만, 이국적 인테리어로 입소문이 났다. 내부 곳곳의 아기자기한 집기와 영국 국기, 벽에 걸린 그림과 포스터 등으로 특유의 유럽식 정취를 자랑한다. 덕분에 늘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 밖에 명동의 작은 유럽으로 소문난 명동 성당 앞 카페 ‘몰또’, 일본 선술집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인기가 높은 서울 용산구 식당 ‘키보’도 있다.

북촌의 런던 베이글 뮤지엄.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지연 기자

북촌의 런던 베이글 뮤지엄.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지연 기자

사람들이 이런 곳을 찾는 이유는 코로나 19로 거의 불가능해진 해외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국적 정취의 장소를 찾아 해외여행하는 기분을 잠시 만끽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아무리 코로나 19로 안전한 ‘집콕’이 대세가 되고, 집에서 먹고 놀고 즐기는 ‘홈코노미’가 일반화됐다 해도 밖에서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제가 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 미디어 파사드에 사람이 몰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31일 서울 명동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 조명을 감상하며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뉴스1

31일 서울 명동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 조명을 감상하며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앞으로 식음료 매장, 나아가 오프라인 상업 공간이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봤다. 맛으로든, 인테리어로든, 체험 거리로든 일상 속 작은 ‘이벤트’로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주목받는다는 얘기다. 공간 비즈니스 전문가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직접 소통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목마름은 더 커졌다”며 “판매만을 위한 매장, 맛만을 위한 카페·레스토랑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고 확실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의 인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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