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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 나가는 패션은 ‘맛’있다...구찌가 ‘레스토랑’ 내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내년 상반기 서울 한남동 ‘구찌가옥’에 레스토랑 ‘오스테리아’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미국 베버리힐스, 일본 도쿄에 이어 네 번째다. 고급 레스토랑인 오스테리아는 구찌가옥 4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탈리아 플로렌스에 위치한 구찌 오스테리아 전경. 사진 오스테리아 홈페이지

이탈리아 플로렌스에 위치한 구찌 오스테리아 전경. 사진 오스테리아 홈페이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아르켓 플래그십 스토어 2층의 카페 내부. 사진 아르켓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아르켓 플래그십 스토어 2층의 카페 내부. 사진 아르켓

패션에 식음료 더한 ‘복합 매장’ 인기 

의류와 잡화 등을 주로 판매하던 패션 브랜드들이 카페·레스토랑 등 식음료(F&B) 매장이 함께 있는 ‘복합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첫 단독 매장을 냈던 프랑스 의류 브랜드 ‘메종 키츠네’는 매장 안에 카페 ‘카페 키츠네’를 만들었다. 파리, 도쿄에 이어 서울에 세 번째로 낸 카페로 30인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꽤 넓은 공간에서 커피와 음료, 디저트 등을 판매한다.

메종 키츠네 단독 매장과 함께 문을 연 카페 키츠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도 매장과 함께 카페를 운영한다. 사진 메종 키츠네

메종 키츠네 단독 매장과 함께 문을 연 카페 키츠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도 매장과 함께 카페를 운영한다. 사진 메종 키츠네

사람들이 줄 서며 찾을 정도로 인기였던 ‘카페 키츠네’의 성공 이후, 많은 브랜드가 카페 복합형 매장을 선보였다. 지난 8월 경기도 동탄 롯데백화점이 문을 열었을 때도 프랑스 의류 브랜드 A.P.C의 카페가 화제가 됐다. 의류 매장이라기보다 카페에 가까운 공간으로, 카페 한 편에서 A.P.C의 티셔츠와 에코백 등을 함께 파는 식이다.

지난 7월에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IWC’가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5층에 카페 ‘빅파일럿 바’를 오픈했다. 커피 브랜드인 센터커피와의 협업으로 팝업이 아닌 상설로 운영되는 매장이다. 이름처럼 IWC의 대표 제품인 ‘빅파일럿 워치’의 특징을 드러내는 메뉴들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눈길을 끌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위치한 시계 브랜드 IWC의 카페 전경. 사진 중앙포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위치한 시계 브랜드 IWC의 카페 전경. 사진 중앙포토

음악부터 요리책까지...‘카페’에 진심이다

이들 패션 브랜드의 카페를 쇼핑하다 쉬어가는 자리쯤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부터, 집기, 메뉴 구성 등 완성도 있는 공간 체험을 위한 공들인 흔적들이 역력하다. 카페를 만든 이유 자체가 공간을 통한 ‘감각적 브랜드 체험’이기 때문이다. 카페 키츠네에서는 메종 키츠네의 음악 레이블인 ‘키츠네 뮤직’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르켓 카페에서는 덴마크 전통 페이스트리인 ‘테비아커스’를 맛볼 수 있다. 최근 아르켓 카페는 북유럽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을 내기도 했다.

북유럽 브랜드 아르켓의 카페에서는 북유럽 전통 쿠키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아르켓

북유럽 브랜드 아르켓의 카페에서는 북유럽 전통 쿠키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아르켓

손님들은 자리에 앉아 먹고 마시며 즐기며 오감으로 해당 브랜드를 경험한다. 의류 판매만으로는 줄 수 없는 경험이다. 삼성패션연구소 임지연 소장은 “이미 많은 소비자의 관심사가 의복에서 식·주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옮겨간 터라,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브랜드 ‘팬덤’ 만들려면 옷으론 부족

미국 의류 브랜드 ‘랄프로렌’의 카페 브랜드 ‘랄프스 커피’는 뉴욕·런던·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국내에도 내년 상반기 문을 연다고 알려졌지만, 랄프로렌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내 오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도쿄 오모테산도 지역에 위치한 랄프스 커피는 대로변 대형 랄프로렌 매장 옆에 위치한 66㎡(20평) 남짓의 작은 매장이지만, 늘 사람들로 북적여 의류 매장보다 더 인기다. 초록색 타일과 식물들이 어우러진 공간에는 커피와 함께 해당 카페에서만 살 수 있는 티셔츠와 컵, 모자 등의 굿즈(기획상품)를 판매한다.

랄프로렌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 '랄프스.' 클래식한 미국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를 카페에 담았다. 사진 랄프스 커피 공식 인스타그램

랄프로렌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 '랄프스.' 클래식한 미국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를 카페에 담았다. 사진 랄프스 커피 공식 인스타그램

지금까지 의류 매장 안에 카페를 만들면 유동 인구가 늘어나 패션 매출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모객 효과보다는 브랜드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꼭 옷을 사지 않아도, 가끔 들러 브랜드를 경험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탄 롯데백화점의 A.P.C 카페는 의류 매장과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메종 키츠네 관계자는 카페 복합형 매장에 대해 “요즘에는 단순히 옷의 품질이 좋아서 선택받는다기보다 브랜드에 대한 호감 즉 ‘팬심’이 있어야 소비가 일어난다”며 “큰 관점에서 봤을 때 일시적 매출 상승보다는 브랜드 팬덤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의류 브랜드 '리(LEE)'도 지난 11월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버디 리 카페'를 선보였다. 사진 버디 리 카페 공식 인스타그램

의류 브랜드 '리(LEE)'도 지난 11월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버디 리 카페'를 선보였다. 사진 버디 리 카페 공식 인스타그램

다만 패션 브랜드가 식음료 매장을 제대로 운영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주로 현지 전문가들과 함께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교한 설계 없이 운영할 경우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껏 많은 금액을 투자해도 얼마 못 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브랜드 이름값으로 반짝 손님을 끌 순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리테일 브랜딩 전문가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패션 브랜드의 카페라도, 그 자체로 완성도가 있어야 경쟁이 치열한 서울 F&B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세계관과 맥락이 맞아야 의류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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