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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人들]코로나 최전선의 의료진, 그대들을 통해 희망을 그려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고 8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PCR(유전자 증폭)검사, 위중증, 확진자 최대 경신, K-방역, 병상 부족, 단계적 일상 회복’… 코로나와 관련된 수많은 단어도 낯설지 않게 일상에 스며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터널, 최전선에서 백병전에 임하고 있는 의료진 덕분에 한 줄기 희망을 찾아본다.

왼쪽부터 김명진, 전민아, 민경혜, 최수연 간호사. 장진영 기자

왼쪽부터 김명진, 전민아, 민경혜, 최수연 간호사. 장진영 기자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사명감을 갖고 뛰어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최수연 간호사가 상황실 유리창을 통해 동료 간호사에게 환자기록일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최수연 간호사가 상황실 유리창을 통해 동료 간호사에게 환자기록일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병동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모습. 8A 병동은 소아병동을 코로나 치료 전담 병동으로 전환한 곳이다. 장진영 기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병동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모습. 8A 병동은 소아병동을 코로나 치료 전담 병동으로 전환한 곳이다. 장진영 기자

2022년 새해를 전후해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코로나19 병동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김명진(32)·전민아(29)·최수연(26)·민경혜(37) 간호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모아 같은 대답을 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명진(왼쪽), 전민아 간호사가 가족과 동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명진(왼쪽), 전민아 간호사가 가족과 동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환자와의 이별, 그 무게가 다르다. 중환자실 김명진·전민아 간호사」
두 간호사는 코로나19 전담 중환자실에서 근무한다. 김 간호사는 두 돌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전 간호사는 결혼을 앞두고 자원했다. 가족들의 만류가 극심했다. 그럼에도 “나의 도움으로 환자들 상태가 좋아진다면” 그것뿐이었다. 기존에도 중환자실에 근무했기에 환자를 대하는 건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별에서 다가오는 중압감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임종 순간을 지키고 최대한 예우를 갖춰 대해도 마음이 너무 아파요. 혼자 병원으로 왔다가 마지막에도 혼자 가시는 거잖아요.”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사진 전민아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사진 전민아

이아영 간호사가 상황실에서 CCTV를 보며 병동의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아영 간호사가 상황실에서 CCTV를 보며 병동의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둘은 한계에 다다른 체력, 고질적인 인원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중환자실 근무는 8시간 동안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병상을 지킨다. 식사, 치료, 택배 배달, 청소까지 환자들의 일상생활 모든 것을 책임진다. 중간에 방호복을 벗을 수가 없어 화장실을 가는 것도, 물 한 모금도 할 수 없다. 장시간 근무에 방호복에 연결된 ‘PAPR(전동식 호흡 보호구)’ 전원이 꺼져 그야말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도 종종 있다고 했다.

병동으로 들어가는 의료진. 장진영 기자

병동으로 들어가는 의료진. 장진영 기자

그런데도 버티는 이유는 환자 때문이다. 이들은 위중증 환자가 많은 중환자실에서 퇴원 환자 소식을 접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했다. 김 간호사가 말했다. “위중한 상태에서 잠시 의식이 돌아온 환자분이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하셨어요. 조용필 노래를 틀어드렸는데 표정이 밝아지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하셨어요. 삶의 의욕을 찾아 드린 거 같아 다행이었죠” 이어 전 간호사가 말을 보탰다. “여전히 코로나19는 두렵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견고해졌어요.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의 예방주사라고 생각해요”

최수연 간호사가 가족과 동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최수연 간호사가 가족과 동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동료들 덕분에 오늘도 버틴다. 감염병동 최수연 간호사」
4년 차인 최 간호사는 코로나19 병동에서 간호사의 성장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에 코로나19 병동에 자원했지만 마주한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다. 의료진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식단 항의에 아무 데나 용변을 보는 환자도 있고, 사소한 심부름도 많이 하죠. 간호사를 서비스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힘들어요”

병실을 청소중인 의료진의 모습. 장진영 기자

병실을 청소중인 의료진의 모습. 장진영 기자

8A 병동에서 음압병상을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임산부가 많은 이 병동에서는 출산을 위해 전용 통로로 환자를 이송한다. 장진영 기자

8A 병동에서 음압병상을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임산부가 많은 이 병동에서는 출산을 위해 전용 통로로 환자를 이송한다. 장진영 기자

상황실 근무는 심적으로 많이 지친다고 했다. 환자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병동의 의료진과 소통해야 하는데 각종 민원 전화가 끊임없이 오기 때문이다. “소지품 도난을 의심하거나 반입이 안 되는 물품을 사다 달라고도 해요. 입장이 다른 가족들의 전화가 이어져 원치 않게 남의 가정사를 다 알게도 되고요”

상황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결과지를 보여주고 았는 의료진. 감염 위험으로 이런 방식으로 확인하고 폐기한다. 장진영 기자

상황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결과지를 보여주고 았는 의료진. 감염 위험으로 이런 방식으로 확인하고 폐기한다. 장진영 기자

퇴원환자가 김선희 수간호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간호사는 모든 퇴원 환자를 배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퇴원환자가 김선희 수간호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간호사는 모든 퇴원 환자를 배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코로나19와 마주한 지 2년 차. 그는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동료들 덕분에 고된 순간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눈앞에서 환자를 잃었는데 마음이 무너졌어요. 그때 누군가가 말해줬어요. ‘너 잘못이 아니다. 너로 인해 앞으로 살 수 있는 환자가 더 많을 거다’라고”

민경혜 간호사가 가족과 동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고 있다.장 진영 기자

민경혜 간호사가 가족과 동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고 있다.장 진영 기자

「환자의 감정까지 돌본다. 감염병동 민경혜 간호사」
민 간호사가 근무하는 준중증 병동은 위중한 환자의 비율은 낮지만 특별한 환자들이 있다. 임산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신 28주 이상으로 유증상을 보이면 이곳에 입원이 가능하다. 출산을 앞두고 있어 해당 환자 치료 외에도 태동감시 검사, 자궁수축 확인 등 여러 증상을 깊이 관찰해야 한다.

폐기물을 정리하고 있는 의료진. 장진영 기자

폐기물을 정리하고 있는 의료진. 장진영 기자

취재를 위해 병동을 찾은 지난 4일 14개 병상 중 절반이 임산부 환자였다. 민 간호사는 제왕절개 수술을 앞둔 환자 이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혹시나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하냐며 불안해하는 산모들이 많아요. 정서적으로 친밀한 케어가 필요해요”라고 했다. 출산 전 보호자와의 통화, 신생아가 머물 병동과 연계, 산모에게 필요한 물품을 체크해 전달하는 것도 민 간호사의 몫이다.

민경혜 간호사가 소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민경혜 간호사가 소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 역시 버팀목은 환자라고 했다. “웃으면서 걸어나가는 분들을 볼 때, 고맙다고 제 손을 꼭 잡아줄 때, 이후에도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며 연락하는 분들 덕에 힘이 나요. 감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같아요. ‘덕분에’라는 말 그거 하나면 되는 거 같아요”

의료진이 퇴원하는 환자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의료진이 퇴원하는 환자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환자 상태 확인을 위해 병실로 들어가고 있는 의료진. 장진영 기자

환자 상태 확인을 위해 병실로 들어가고 있는 의료진.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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