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동차 들고 온 삼성·LG·소니, 로봇과 춤춘 현대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5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L7의 시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L7의 시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부스. 세계 5위 자동차 회사지만 현대차는 이곳 1200㎡ 무대에 자동차가 아니라 로봇과 새로운 모빌리티(이동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방탄소년단(BTS)의 ‘아이오닉, 아임 온 잇’ 노래에 맞춰 로봇개 세 마리가 ‘칼 군무’를 췄다.

#2. ‘전자회사’인 소니 부스에선 자동차 두 대가 관람객을 맞았다. 전기 콘셉트카 ‘비전-S01’과 ‘비전-S02’다. 이 회사 직원은 “비전-S 시리즈에 소니 카메라와 센서, 5세대 통신(5G), 오디오 시스템이 녹아 있다”고 자랑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 2022)는 과거보다 위축된 모습으로 개막했다. 2년 만의 대면 행사다. 참여 업체가 2020년의 절반 수준인 2200여 개로 쪼그라들었다. 행사장 곳곳에 비어 있는 부스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 명성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센트럴홀(Central Hall)에 마련된 삼성·LG·SK·소니 등 유명 IT 기업 부스에는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TCL·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도 대형 전시관을 운영한다.

이번 CES는 ‘자동차를 전시한 삼성전자와 자동차를 내놓지 않은 현대차’란 표현으로 요약된다. 특히 IT 기업의 ‘모빌리티 진출 선언’이 거셌다. CES가 헬스케어·메타버스·로봇에 이어 식품·우주·대체불가토큰(NFT) 같은 신기술을 ‘접수’하는 모습도 뚜렷했다. 친환경 역시 CES 2022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SK그룹은 부스에 숲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함께 갤럭시 S21 FE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함께 갤럭시 S21 FE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삼성전자는 ‘미래차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차체 모형의 운전석에 앉으니 앞 유리에 주행속도, 지도, 위험 알림 등의 정보가 나타났다. 차량 내부 카메라를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워치의 ‘삼성헬스’ 앱에 연동하면 차량이 졸음이나 주의 산만 같은 운전자 상태를 감지한다. LG전자는 온라인 영상으로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인 ‘옴니팟’을 공개했다. 차량 내에 냉장고·TV 등을 구비해 업무와 영화 감상, 운동 등이 가능하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미래 비전을 밝혔다. [연합뉴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미래 비전을 밝혔다. [연합뉴스]

모빌리티로의 ‘권력 이동’은 전시장에서도 드러났다. 주최 측은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들여 130만㎡(약 3만9000평) 규모의 웨스트홀(West Hall)을 지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자동차 박람회장을 연상케 했다. 관람객은 테슬라의 전기차를 타고 지하 터널인 ‘베이거스 루프’를 통해 전시장을 오갈 수 있다.

SK의 탄소 감축 노력을 담은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연합뉴스]

SK의 탄소 감축 노력을 담은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연합뉴스]

반도체 회사인 퀄컴은 웨스트홀에 부스를 차렸다. 차량용 반도체와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운전석) 플랫폼을 내세웠다.

완성차 메이커들 역시 프리미엄 전기차를 속속 선보였다. BMW는 ‘전자잉크(E-Ink)’를 활용해 차량의 외장 색상을 원하는 대로 바꾸는 순수 전기 스포츠유티리티차량(SUV) ‘iX플로우’를 공개했다. 벤츠 역시 항속거리가 1000㎞의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를 공개했다. 항속거리가 테슬라 모델S의 두 배에 이른다.

두산모빌리티 이노베이션의 수소 멀티콥터 드론. [연합뉴스]

두산모빌리티 이노베이션의 수소 멀티콥터 드론. [연합뉴스]

이번 CES는 한국 기업의 향연이기도 했다. 참여 기업·기관이 400여 개로, 역대 행사 중 가장 많았다. 현대차를 포함해 로봇 전시가 가장 늘었다. 두산중공업·두산로보틱스 등이 두산 전시관엔 30분마다 로봇이 드럼 공연을 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자잉크(E-Ink)’를 활용해 외장색을 바꿀 수 있도록 한 BMW의 ‘iX플로우’. [AP=연합뉴스]

‘전자잉크(E-Ink)’를 활용해 외장색을 바꿀 수 있도록 한 BMW의 ‘iX플로우’. [AP=연합뉴스]

기업의 수장들은 경쟁사와 다른 업종 기업 전시관을 부지런히 오갔다. 비스포크 갤럭시Z 플립3·더프리스타일·삼성봇아이(로봇) 등을 공개한 삼성전자 부스가 인기였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CES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 역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미래차 운행 시스템을 체험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도 이곳을 찾았다. 정의선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도 CES 무대에 데뷔했다. 정 대표는 “쉽빌더(조선소)로서 지난 50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퓨처빌더(새로운 미래 개척자)’가 되겠다”며 사업 비전을 밝혔다. 또 다른 행사장인 베네시안 엑스포 내 유레카파크에서는 220여 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자랑했다. 코트라(KOTRA)·서울시·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 등도 이곳에 부스를 꾸렸다.

한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고 상당히 많은 기업을 보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