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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처리, 당근마켓서 리셀에…MD크림 보험금 안 준다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병원에서 구매하는 보습제인 이른바 ‘MD크림(Medical Device·점착성투명창상피복재)’의 실손보험금 청구가 어려워진다.

MD크림은 일반 화장품과 달리 의료기기로 분류돼 피부과 등에서 비급여 처방을 받은 뒤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했다. 이를 악용해 병원에서 MD크림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재판매하는 등의 부작용이 이어지자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제로이드MD와 아토베리어MD 등이 대표적인 MD크림 제품이다.

중고마켓에 올라온 피부과용 보습로션 판매사례. 사이트 캡처

중고마켓에 올라온 피부과용 보습로션 판매사례. 사이트 캡처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3일부터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해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현대해상은 과거 지급 이력이 있는 가입자에게는 향후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할 경우 1회에 한 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해줄 방침이다.

현대해상은 MD크림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로 2019년 8월에 난 대법원 판결(2018다251622)을 들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화상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보습제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입·통원 제비용은 의사가 주체가 되는 의료행위로부터 발생한 비용만을 의미한다”고 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의사 또는 간호사 등 의료진이 직접 MD크림을 발라주는 등의 치료행위가 없이 보습제를 권고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현대해상이 2년이 넘게 지난 판결을 올해부터 적용하는 건 MD크림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이후 MD크림 일부 제품이 피부보호제로 분류돼 비급여 항목이 된 뒤 관련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MD크림 관련 보험금 지급액은 2017년 24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223억8600만원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MD크림을 병원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뒤 보험금을 받아내고, MD크림을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보험금 지급 급증 원인으로 꼽힌다.

MD크림(보습제) 보험금 지급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MD크림(보습제) 보험금 지급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대해상의 이런 조치는 다른 손해보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 사례 등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다른 보험사들도 관련 검토를 거친 뒤 (보험금) 지급 거부와 관련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에서 지난해에만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등 매년 큰 손실을 보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일부 소수 가입자의 의료쇼핑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D크림은 도수치료와 백내장 등과 함께 과잉진료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해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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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토피 등을 이유로 병원에서 MD크림을 구매해 사용해왔던 가입자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일부의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전체에 대한 지급을 거부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현대해상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보습제를 처치한 경우 화상과 아토피 환자에 한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화상과 대상포진 등의 연고는 의사의 처방으로 약사가 조제하는 의약품인 만큼, 처방조제비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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