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첫 맞짱 토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토론에 미온적이던 윤 후보 측이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 한정된 토론이 성사되는 걸 전제로 준비에 착수한 게 4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내부에선 이르면 다음주 초 TV 토론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비해 4일부터 6일까지 이 후보의 각종 의혹과 관련된 질문 50개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가장 아픈 질문만 골라 물어보겠다는 게 선대위 내부의 기류다. 그동안 윤 후보는 이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자”라고 비판하며 토론 불가 의사를 밝혔지만 선대위가 토론 준비에 나서면서 입장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요청한다면 대장동 의혹에 한해 양자 토론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대장동 토론 준비에 관여 중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아무리 말을 잘해도 팩트를 피해갈 순 없다”며 “대장동은 윤 후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후보 측이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 불리는 대장동 의혹을 지지율 침체 국면을 벗어날 반전 카드로 사용하려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선대위의 대장동 토론 질문지 요청서엔 이 후보의 각종 의혹을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질문을 요구한 내역이 포함됐다. 선대위는 ▶이재명 후보 인성 문제 ▶대장동 게이트 ▶백현동 옹벽아파트 특혜 ▶본인 및 측근 특혜 ▶SNS 관련 행보 논란 등에 대해 분야별로 10개씩, 총 50개의 질문과 예상 답변을 작성하기 위해 대장동 검증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5개의 의원실에 준비를 요청했다.
분야별 내용 중엔 ‘혜경궁 김씨 사건’, ‘검찰의 꼬리자르기 수사와 측근의 극단적 선택’,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검찰에서 수사했거나 수사 중인 내용들도 포함됐다. 질문지 작성 요청을 받은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제 막 질문 요청서를 받아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선대위 내부에선 이미 민주당과 토론 일정을 조율 중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 토론이 성사되기가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윤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내 사퇴 요구도 거세지고 있어 내홍이 쉽사리 사그라들고 있지 않아서다.
대장동 토론이 실제 윤 후보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이 후보는 매번 토론 때마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토론으로 자신은 떳떳하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이라며 “실제 토론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