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취약해진다…"한국인 80% 결핍" 이 비타민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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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오후 2시, 피부의 20% 이상 노출한 채 2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 D 보충에 도움이 된다. [pixabay]

오전 10시~오후 2시, 피부의 20% 이상 노출한 채 2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 D 보충에 도움이 된다. [pixabay]

체내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지고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커진다는 국내 연구팀의 분석이 나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는 동안 비타민 D에 결핍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팀(제1저자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배재현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훈지 전임의)은 리뷰 논문을 통해 비타민 D 결핍이 코로나19의 발병과 중증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기전(작용원리)을 밝혔다. 리뷰 논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최신 연구 성과를 총정리해 발표하는 형태의 논문이다.

비타민 D는 체내 다양한 면역 반응과 선ㆍ후천 면역 체계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국내외 여러 연구진이 비타민 D가 코로나19의 감염률 및 중증도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보고해왔다. 임 교수팀은 “더 나아가 해당 연구들을 총망라해 코로나19에 대한 비타민 D의 역할과 작용 기전을 보다 명확히 밝혀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 혈중 비타민 D(25-hydroxy vitamin D)의 농도가 낮을수록 코로나19의 발생 위험 및 중증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보충할 시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 양성률이 감소하고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서 중환자실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러한 양상을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면역 체계와 염증 반응 시스템의 이상을 지목했다. 비타민 D 부족ㆍ결핍은 ▲항균성 단백질인 ‘항균 펩타이드’ 생성 감소 ▲‘T 세포’의 면역반응 이상 ▲폐 상피세포의 자멸사 증가 ▲면역 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증가 등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되며, 중증 환자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또 낮은 비타민 D 농도가 심장병, 당뇨병과 같은 심혈관계 및 대사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중증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의하면 비타민 D 결핍은 혈압조절 체계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과 포도당 대사 기능을 저하시켜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악화시킴으로써 치명률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비타민 D 부족이나 결핍이 있는 경우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일반적인 권장 범위(40-60ng/mL)에는 다소 못 미치더라도 30ng/mL 이상 수준으로 유지할 시 코로나19의 감염률과 중증도 및 사망률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배재현 교수는 “비타민 D 부족, 결핍이 코로나19에 대한 감수성 및 중증도와 유의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미가 있다”라며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비타민 D 부족 및 결핍 환자에게 비타민 D를 보충해 주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호흡기 감염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환자의 혈중 비타민 D 농도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비타민 D 결핍이 코로나19 경과에 좋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며 “따라서 팬데믹 기간 동안 비타민 D 결핍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국제 진료지침의 권고사항에 따라 혈중 농도를 30ng/mL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비타민 D는 굳이 보충제를 챙겨 먹지 않더라도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자연 합성된다. 그런데 겨울철 일조량이 줄고, 긴 옷을 입거나 자외선차단제 등을 사용하면서 자연 합성 기회가 줄어든다.

임 교수는 “한국인의 80%가량이 비타민 D 결핍인데, 겨울철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타민 D 보충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으로 ‘20-20 자외선 노출법’을 제시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오전 10시~오후 2시, 몸의 겉면의 20% 이상 노출한 상태에서, 20분 이상 햇볕을 쬐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부족하거나 날씨 때문에 햇볕을 쬐기 힘들 때는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게 좋다. 임 교수는 “고등어, 연어, 참치, 대구 간 등 어류에 비타민 D가 많고 버섯류, 치즈, 비타민 D 강화 우유 등으로도 섭취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햇볕이나 음식을 통한 비타민 D 보충이 어렵다면 영양제를 먹는 방법도 있다. 그는 “한꺼번에 대용량의 비타민 D를 주입하는 주사제보다는 매일 800~1000유닛 정도를 섭취하는 게 낫다”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와 추운 날씨 탓에 외출이 어려운 노인이라면 햇볕 드는 창가에 앉아있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내분비ㆍ대사질환 리뷰(Reviews in Endocrine and Metabolic Disorders)’의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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