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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엔 떡볶이?…호텔 뷔페서 편의점까지 휩쓴 '겨울딸기 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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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수확한 딸기. [사진 언스플래쉬]

잘 익은 수확한 딸기. [사진 언스플래쉬]

과거 딸기는 주로 노지에서 재배해 3~5월에 수확해 먹는 봄 과일이었다. 하지만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발달로 이제 9월쯤 심어 11월 말부터 따기 시작해 5월까지 먹는 대표적인 겨울 과일이 됐다. 특히 국산 딸기들은 설탕을 찍어 먹을 필요 없이 당도가 높고 적당한 새콤함까지 더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겨울과일 딸기→감귤→포도 순 

3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딸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해 전체 과일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산청장희·금실·킹스베리 등 프리미엄 국산 딸기는 같은 기간 34.3% 매출이 늘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마트에선 지난해부터 딸기가 감귤을 제치고 겨울철 과일 중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어 포도·토마토·사과 순이다. 주부 김미희(42·서울 목동)씨는 “아이들이 망고처럼 달기만 한 과일보다 오히려 약간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해서 딸기를 떨어지지 않게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계절별 국내 레스토랑 대표과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계절별 국내 레스토랑 대표과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사실 딸기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다. 식물학에선 딱딱한 나무에서 매년 열리는 ‘여러해살이 목본식물’에서 나온 열매를 과일로 본다. 반면 딸기처럼 1년에 한 번 심어 수확하고 뽑아버리고 다시 심는 ‘한해살이’에 풀로 구분되는 초본식물에서 나온 열매는 채소라고 한다. 수박과 토마토도 엄밀하게는 채소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대중에게 과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일상에선 딸기를 과일로 부른다.

후식·디저트에서 요리·뷔페로 

본격적인 딸기 철을 맞아 딸기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가 한창이다. 특히 호텔업계에선 딸기를 과일이 아닌 한 끼 식사처럼 선보이는 트렌드가 눈에 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경우 친환경 무농약 딸기를 3가지 코스요리와 함께 내놨다. 딸기와 딸기 음료로 식사를 시작해 본 식사를 마치면 5가지 종류의 프랑스식 딸기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고급 코스요리 형식으로 차린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 [사진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고급 코스요리 형식으로 차린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 [사진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롯데호텔은 딸기로 뷔페를 차렸다. 딸기를 활용한 마카롱·티라미수케이크 등 디저트 22종과 함께 샌드위치와 샐러드, 뜨거운 음식 등 13종류의 식사 메뉴를 준비해 정식 뷔페 못지않은 구색을 갖췄다.

롯데호텔은 오는 5월6일까지 딸기 디저트 뷔페인 '2022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를 선보인다. 식사 메뉴를 함께 준비하고 물감처럼 생긴 물감잼 등으로 고객들이 직접 음식과 접시를 꾸미는 경험을 즐기게 했다.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은 오는 5월6일까지 딸기 디저트 뷔페인 '2022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를 선보인다. 식사 메뉴를 함께 준비하고 물감처럼 생긴 물감잼 등으로 고객들이 직접 음식과 접시를 꾸미는 경험을 즐기게 했다.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 관계자는 “딸기행사 레스토랑을 찾으시는 고객의 70% 이상이 10~30대 MZ(밀레니얼·Z)세대”라며 “젊은 고객들은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 하나를 먹더라도 더 고급스럽고 다양하게 즐기려는 ‘스펜데믹’현상이 디저트 뷔페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펜데믹(Spendemic)이란 소비하다(Spend)와 펜데믹(Pandemic)의 합성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의 과소비 현상을 가리킨다.

딸기 옆에 떡볶이가 있는 이유는? 

이에 따라 딸기와 함께하는 음식들도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맛으로 알려진 ‘단짠단짠(단것을 먹으면 짠 음식을 먹고 싶다는 뜻을 줄인 신조어)’ 에 초점을 맞췄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은 “고객들의 이용 후기를 반영해 올해는 달콤한 딸기 옆에 짠맛이 가미된 로제 떡볶이, 맥앤치즈, 치킨 꼬치를 준비해 달콤한 디저트들을 더 오래 즐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의 주력 제품은 딸기 샌드위치다. GS25는 2015년 업계 최초로 딸기 샌드위치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1800만개를 팔았는데, 올봄까지 누적 판매 2000만개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딸기 샌드위치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어 샌드위치 가운데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딸기 5개를 통으로 넣은 샌드위치를 내놨다.

딸기 농사 타격에 가격 올라 

국내 유통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딸기 종류는 국산 품종인 ‘설향’이다.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와 산도가 잘 어우러져 딸기 농가 보급률이 85%에 이른다.

오성일 피코니코 대표가 경기도 여주시 복대리에 있는 스마트팜 딸기농장에서 설향 딸기를 따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성일 피코니코 대표가 경기도 여주시 복대리에 있는 스마트팜 딸기농장에서 설향 딸기를 따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기도 여주에서 설향 딸기로 체험형 농장 ‘피크니코’를 운영하는 오성일 대표는 “올해 딸기 인기가 최고다. 농장 체험 고객들 얘기를 들어보면 딸기는 맛있기도 하지만 빨간색과 초록색이 함께 있어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면 너무 예쁘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국내 딸기 생산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빠르게 증가하는 국내 딸기 생산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딸기 생산액은 지난 2005년 약 6500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어 전체 원예작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수확량 감소가 우려된다. 딸기는 더위와 습도에 취약한데 모종을 심는 지난해 9월에 비가 많이 와 습도가 높았고 10월엔 이상 고온현상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벌써 시장에선 통상 ㎏당 2만원대인 딸기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원태 과일과채관측팀장은 “딸기는 감귤을 제외하곤 겨울철에 수확해 생과로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과일”이라며 “한때 일본품종이 대부분이었지만 약 십년 사이에 국산 품종이 90%를 훌쩍 넘어 수출 효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과일이 선물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먹는 음식, 요리재료, 다이어트 음식 등으로 활용 폭이 크게 넓어져 딸기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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