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년 대북제재 1건…北 자극 피했지만 인권엔 매서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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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 이후 미국이 부과한 신규 대북 제재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간 12회의 신규 제재를 부과한 적이 있었단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제재 조치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 이후 미국이 부과한 신규 대북 제재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간 12회의 신규 제재를 부과한 적이 있었단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제재 조치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1년 부과한 신규 대북 제재 조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적게는 연간 4회, 많게는 12회의 대북 제재를 부과한 것과 대비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외교적 관여와 조건 없는 대화를 중심에 둔 대북 접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재 조치를 최대한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부과된 대북 제재는 세계인권의 날인 지난해 12월 10일 이영길 북한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올린 것이 유일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강제노동 등 북한 인권 실태를 지적하며 신규 제재를 부과했는데, 특히 이 국방상과 중앙검찰소는 인권탄압과 불공정한 사법체계 운영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12건, 바이든은 취임 후 단 1건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연평균 7.5건의 신규 대북 제재를 부과했다. 특히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이 가속화한 2017년엔 9건의 제재를, 2018년엔 12건의 제재를 부과했다. 이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대북 제재는 눈에 띄게 줄어 2019년 5회, 2020년 4회의 제재가 부과됐다. 당시 북·미 관계의 부침에 따라 제재 건수가 크게 변동되며, 대북 제재를 대북 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3월 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캡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3월 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캡쳐]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북·미 정상회담 한 달 후인 2019년 3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미 재무부는 현행 대북제재에 대규모 제재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나는 오늘 이 추가 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는 게시글을 남겼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대북 제재를 부과하거나 이를 철회할 수 있단 점을 드러낸 메시지였다.

北 자극 피하지만 인권 문제엔 '단호'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11개월 간 신규 대북 제재를 부과하지 않은 것 역시 북한을 자극하지 않은 채 ‘관리 모드’를 유지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를 연장하는 등 필요 최소한의 조치만을 유지했을 뿐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는 움직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인권 문제에 대해선 양보가 없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인권이사회를 탈퇴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권이사회에 복귀했고, 3년 만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북한 인권 문제를 앞세워 신규 제재를 부과한 것 역시 대북 대화 및 외교적 관여를 추구하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원칙론을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제재 이행에 조금 더 진지해야" 

일각에선 미국이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것보다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신규 대북 제재는 1건에 불과했지만, 기존 제재를 위반하는 개인·기관에 그 책임을 묻는 법적 조치는 꾸준히 이뤄졌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2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 4천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린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하며 이들에 대한 공개수배 전단지를 공개했다.[미 법무부 제공]

미 법무부는 지난해 2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 4천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린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하며 이들에 대한 공개수배 전단지를 공개했다.[미 법무부 제공]

미 법무부가 지난해 2월 전 세계의 은행·기업 등에서 약 1조4000억원의 현금과 가상화폐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북한 해커 전창혁·김일·박진혁 등 3명을 기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7월엔 불법 유류 운반 혐의를 받는 2734톤급 유조선 커리저스 호에 대해서도 민사 몰수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관련 미국이 독자 제재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제재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단지 그 제재 이행에 조금 더 진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 대북 제재를 부과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에 대해서도 “솔직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제재 위반을 단속하고 제재 이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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