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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막겠다 쓴 천마스크…英 넷 중 한명 "1년 안 빨았어요"

중앙일보

입력

영국 런던 거리를 담은 사진들 속에선 천 마스크를 쓴 행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 등도 공식 석상에 천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하곤 한다. 보건용 마스크가 보편화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4일 영국 런던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천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4일 영국 런던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천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천 마스크 만드는 법'을 홍보할 정도로 일반 국민들에게 천 마스크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으며 보건용 마스크는 의료인들이 먼저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3배 강한 오미크론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영국은 현재 전체 코로나19 확진 사례의 90%가 오미크론 감염이다. 오미크론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영국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대중교통과 상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英, 두 명 중 1명 "천 마스크 자주 안 빨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최근 천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최근 천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렇다면, 영국인들은 천 마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익스프레스지 등은 놀라운 설문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코로나19 검사 기관 메딕스팟은 영국 성인 2000명을 상대로 천 마스크 관리 실태를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6%가 "천 마스크를 정기적으로 세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를 "(세탁을) 잊어버려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응답자의 25%는 "1년 이상 같은 마스크를 쓰면서 빨아 쓴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 또 영국인들은 천 마스크를 보관 하는 곳으로 옷 주머니(51%), 가방(41%), 자동차(33%), 화장실(10%) 등을 꼽았다.

메딕스팟의 대변인은 익스프레스지에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을 땐 주로 주머니나 차에 두기 때문에 세탁하는 것을 잊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천 마스크는 우리 호흡으로 오염될 수 있고, 표면에 바이러스 입자가 붙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빨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에선 영국 성인 두 명 중 한 명이 천 마스크를 자주 빨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영국인들도 마스크 착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3%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고 답했다.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이 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이 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천 마스크, 오미크론 못 막아…N95 써야" 

미국에선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파력을 감안할 때 천 마스크가 아닌, 'N95 마스크' 착용을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조지워싱턴대 밀컨 공중보건 연구소의 방문 교수인 리아나 원은 CNN에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천 마스크는 얼굴 장신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밀집한 장소 등에선 N95 등급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N95 마스크는 한국에선 KF94 등급에 해당하는 보건용 마스크다. N95 마스크는 0.3㎛(마이크로미터) 미세 입자를 95%, KF94 마스크는 0.4㎛ 미세 입자를 94% 차단한다. 원 교수는 적어도 입자를 거르는 필터가 있는 '수술용 마스크'라도 써야 하며, 천 마스크는 그 아래 보건용 마스크를 겹쳐 썼을 때만 효과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한 여성이 수술용 마스크 위에 천 마스크를 겹쳐 쓰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에서 한 여성이 수술용 마스크 위에 천 마스크를 겹쳐 쓰고 있다.[AFP=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은 물론,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 침방울)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에린 브로메이지 매사추세츠 다트머스대 생물학 교수는 "천 마스크는 큰 비말만 걸러낼 수 있는 반면, N95 마스크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로 가득 찬 작은 에어로졸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C 여전히 천 마스크 권고..."지침 바꿔야"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런 권고와 달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게 '세척 가능하고 통기성 있는 천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의료진이 써야 할 보건용 마스크 부족에 대비해 만든 지침을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있다. CDC의 이같은 권고 사항에 대해 원 교수는 "중대한 실책"이라며 "마스크 공급이 부족했던 건 이미 과거 얘기"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거리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 행인들. [뉴스1]

서울의 한 거리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 행인들. [뉴스1]

제롬 애덤스 전 미 연방 공중보건국장도 "지금은 천 마스크로 오미크론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높은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원래 천 마스크를 장려했던 독일·오스트리아 등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마스크 부족 문제가 해결된 이후 '공공장소에선 적어도 수술용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권고 지침을 바꿨다. 한국 정부도 대유행 초기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을 때 잠시 '면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기도 했으나, 공급이 원활해진 이후 방역 당국은 보건용·수술용 마스크를 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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