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 넘긴 李·尹 수사…'대선 개입' 늪에 스스로 빠진 검찰·공수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야 대선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결국 해를 넘겼다. 이제부턴 어떤 결론이 나오든 여야 한쪽의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3·9 대선이 불과 66일밖에 남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모두 대선 전에 섣불리 수사 종결을 선언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임인년(壬寅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며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임인년(壬寅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며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뉴스1

3개월 지난 대장동 수사…‘윗선’ 근접도 못 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는 지난해 12월 29일로 수사에 착수한 지 만 3개월이 지났지만, ‘윗선’이라 의심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근처에 접근조차 못 했다. 성남시 산하 지방공기업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최소 1827억원(배당이익 651억원+시행이익 1176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로 이 후보가 ‘하위 직원’이라 표현하는 전직 공사 임직원, 이들과 공모한 민간사업자 등 5명에 대해서만 기소가 이뤄졌을 뿐이다.

남은 변수는 있다. 황무성 전 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의혹에 연루된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소환이다. 정 부실장은 이 후보도 직접 인정한 측근인 만큼 이 후보를 직접 겨누는 효과가 있다. 참고인 신분인 정 부실장은 최근 검찰 소환 조사를 대비해 이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A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정 부실장은 소환에 응하는 걸 전제로 검찰과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다만, 사퇴 압박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사망하면서 정 부실장의 자백 없이는 규명이 어려워졌단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축인 로비 의혹 수사도 지난해 12월 30일 청탁 대상으로 지목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참고인으로 소환되는 등 곽상도 전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최종 무죄)에 관여한 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측인 화천대유자산관리(대주주 김만배) 고문으로 취업, 월 1500만원가량의 고문료를 받아 ‘재판 거래’ 의혹에 휩싸인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수사는 한 차례 소환 외에 가시화한 게 없다.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로비 모습. 뉴스1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로비 모습. 뉴스1

‘고발 사주 의혹’ 진척 없이 ‘사찰 논란’에 허우적

늘어지는 사건은 공수처에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다. 공수처 역시 여운국 차장이 지휘하는 별도 수사팀을 꾸려 만 4개월 가까이 수사력을 모아 왔지만,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를 수집한 당사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이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인신구속(체포영장 1회, 구속영장 2회) 시도도 번번이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엔 추가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다. 앞서 2차례 소환 조사와 세 차례의 영장 기각으로 손 검사에 대한 강제구인의 명분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고발 사주의 ‘몸통’이란 의혹이 제기된 윤 후보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단 지적도 나온다. 자백이나 양심선언에 가까운 진술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진척을 보기 어려워 법조계에선 손 검사를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민간인 통신 영장 청구와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에 따른 ‘언론·야당 사찰’ 논란에 휩싸이면서 “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김진욱 처장)는 공수처가 스스로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간 상황이라 대선 전 종결마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에 계류 중인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 코바나컨텐츠 우회 협찬 의혹 사건은 사실상 수사를 끝마친 상태지만, 최종 처분을 미룬 채 새해를 맞았다. 김건희씨에 대한 조사 방식을 두고 소환·서면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여권은 연일 김건희씨 소환을 요구하면서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장동 사건 관련 특별검사(특검) 도입은 여야가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출범한다고 해도 대선 전에 결론을 내긴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여야 각 후보의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유권자의 선택에 아무런 도움이나 영향도 줄 수 없는 특검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간부는 “대선 전까지 수사기관 사이 눈치 싸움만 이어지다 대선 결과에 따라 수사 방향타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라며 “‘검찰개혁’의 결과가 이렇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