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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의 해 임인년(壬寅年), 통합과 치유의 계기 삼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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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호 30면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 설치된 검은호랑이 조형물 뒤로 2021년 마지막 해가 떠오르고 있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기백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 설치된 검은호랑이 조형물 뒤로 2021년 마지막 해가 떠오르고 있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기백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연합뉴스]

3월 대선 새 정부 구성, 6월엔 지방선거  

코로나·양극화 등 해결할 리더십 나와야

국민들이 중심에 서서 바른 선택해야

2022년 새 아침이 밝았다. 희망을 노래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눈앞의 현실이 험난하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 BTS·오징어 게임 등 K컬처의 부상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위기로 불안과 불만, 위기감이 팽배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전 국민을 시름에 빠뜨렸다. 여러 해 이어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 출산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크게 보면 우리는 4대 위기와 마주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회에 대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양극화는 심해졌고 포퓰리즘의 도전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로 외교적 선택지가 고차방정식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국가권력과 지방권력이 바뀐다.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경쟁에선 시대적 과제의 위중함에 대한 인식도, 위기의 지평에 대한 시야도 볼 수 없다. 깎아내리기식 경쟁으로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도 자초했다.

이래선 곤란하다. 후보자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누가 못하나’가 아닌 ‘누가 잘하나’의 대결로 바뀌어야 한다. 말 그대로 비전·정책 경쟁이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타넘어야 한다. 이미 “무엇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넘쳐나는데, “국민을 희생시켜 국민을 지원하겠다”는 허언에 불과하다. 표를 위해 미래를 고사시키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건 포용과 통합 의지다. 정치 분열과 진영 간 갈등이 미국 못지않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미국은 적어도 대외정책 등에선 초당파적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든 미·중·일 관계든 공감대가 없으니 합의된 ‘국익’이랄 것도 없다. 이래서야 리더십이 생길 수 없다. ‘내 편, 우리 편’을 넘어서, 더 큰 다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분권에 대한 해법 도출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력은 정치의 증발을 낳았고 민주주의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마저 무너뜨렸다. 검찰·공수처는 물론 사법부, 나아가 중앙선관위까지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인 건 개탄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립적이고 공정한 선거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최근 예산은 물론 전기요금 인상까지도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당적을 가진 장관들에게 선거관리를 맡기고, 무리한 종전선언을 추진 중이다. 과거엔 중립 시늉이라도 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외면한 듯해서 안타깝다.

상반기 두 번의 선거가 자칫 국정 혼선과 난맥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특히 경제가 문제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변수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당초 예상되던 6월보다 금리 인상을 앞당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물가도 불안하다. 대선 이후로 미뤄놓은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치솟는 국제 원자잿값이 생활물가를 밀어 올릴 위험이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84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3%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등했던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위험 수준의 가계 빚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 게 난제다. 시장 논리와 합리적 이성이 아닌 정치 논리와 진영 의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대선이 68일 남았지만 벌써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갈등의 골을 메우려면 승자의 관용과 패자의 승복 정신이 절실하다. 그래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중심을 잡고, 신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이 모든 어려움을 딛고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기세로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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