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가 친 사고, 김혜경이 뒷수습 나섰다…'의미심장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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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연일 사찰을 찾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설화’로 빚어진 불교계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난 28일 경북 영천 은해사를 방문해 회주(법회 대표자) 돈명스님와 만나 차담을 했다. 은해사는 조계종 총 25개 교구(종파의 행정단위) 가운데 하나인 제10교구의 본사(本寺)가 있는 곳이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김씨는 돈명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왔다가 이렇게 큰 어르신을 찾아뵙게 됐다”며 말문을 뗐다. 이에 돈명스님이 “종교에 차별 없이 평화롭게,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하자 김씨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김씨는 앞서 지난 10일엔 울산 울주 정토마을 수련원을 찾아 법륜스님과 오찬을 함께했다. 지난 27일엔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찾아 비구니 스님들과도 만났다.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과 총무원장 원행스님과는 지난 11월 28일 경남 남해군 성담사에서 만나 10분간 환담했다.

기독교 신자인 김씨의 잇단 사찰 방문은 얼어붙은 민주당과 불교계의 관계를 녹이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5일 정청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에,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대자 불교계는 격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소통창구로 당내 ‘전통문화발전특위’까지 만들었지만, 불교계는 “정청래 국회의원직 제명이 우선”이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오른쪽)가 지난 10일 오전 울산 울주 정토마을 수련원을 방문해 법륜스님(가운데)과 오찬을 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오른쪽)가 지난 10일 오전 울산 울주 정토마을 수련원을 방문해 법륜스님(가운데)과 오찬을 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급 의원은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나서도 해결되지 못하는 꽉 막힌 상황에서 김 여사가 이 후보 대신 각 교구를 돌면서 불교계의 마음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 만난 김혜경…커지는 ‘역할론’

김씨는 최근 여러 방면에서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28~30일 2박 3일 동안 남편 고향(경북 안동)이 있는 대구·경북(TK) 곳곳을 누볐다. 대구·김천·구미 등에서 워킹맘·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두루 만났다.

김씨는 지난 29일 오전 대구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자택을 찾아갔다. 이 할머니가 김씨의 두손을 꼭 붙잡고 “할머니들이 많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씨는 “늘 좋은 일로 찾아뵈면 좋겠다”고 활짝 웃으며 화답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 여사가 마치 손녀 딸처럼 할머니에게 가깝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 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대구에서 만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 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대구에서 만나고 있다. 민주당

김씨는 직후엔 대구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사회복지사들과 간담회도 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돌봄을 받는 이들이 행복해지려면 선생님들이 행복하고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어야 될 것 같다”며 “제가 잘 듣고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이재명 후보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김씨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미리 준비해온 노트에 메모를 했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김씨가 매번 간담회마다 빼곡하게 메모를 한 뒤 이 후보를 만나면 실제로 전달하곤 한다. 이 후보도 여성·청년 관련 정책 고민은 가장 먼저 김 여사에게 묻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30일 페이스북에 김씨의 활동사진을 올리며 “혜경씨를 통해 많은 분의 얘기를 전해 듣고 있다. 현장의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까지도 다 챙겨와 틈날 때마다 저에게 전해주고 있다”며 “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더욱더 든다”고 적었다.

김씨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와의 ‘차별화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건희 씨는 지난 26일 허위경력 논란에 공개 사과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 핵심 인사는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포기한 김건희 씨에 대비해 더 적극적으로 김혜경 여사를 부각하는 것”이라며 “서구 국가의 영부인들처럼 ‘김혜경 브랜드’의 정책을 내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내년 1월 초 호남에 내려가 현장 행보를 하면서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방안도 민주당에선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역대 대선 후보 배우자는 지역·계층·세대·종교 등을 겨냥한 ‘맞춤형’ 선거운동을 펴왔는데 그런 활동력에서 김혜경 씨가 김건희 씨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측면이 있다”며 “김혜경 씨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다양한 행보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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