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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실내 8시간 버티는데…손님은 "-10도에 왜 문여냐"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춰 개편하고 방역패스 적용 대상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낮은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발표했다.  사진은 30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춰 개편하고 방역패스 적용 대상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낮은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발표했다. 사진은 30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날이 추워지니까 환기할 때마다 손님께 일일이 양해 구하느라 정신이 없죠.”
서울 마포구에서 1인 카페를 운영하는 원모(35)씨는 최근 들어 가게 환기를 할 때 손님들의 눈치를 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기적으로 문을 열어야 하는데 기온이 떨어지면서 추위를 호소하는 손님이 늘어서다. 원씨는 “가게가 작은데 환풍구가 따로 없어 1시간에 10분씩은 문을 열어둬야 한다. 간혹 ‘추위 피해서 들어왔더니 왜 문을 여느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영하 10도에 문 왜 여냐”는 손님에 난감

성탄절 전날인 24일 오후 명동 거리. 기상청은 이날 오후 9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한파경보를 발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성탄절 전날인 24일 오후 명동 거리. 기상청은 이날 오후 9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한파경보를 발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겨울철 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을 닫아두자니 코로나19 집단발생지가 될까 봐 걱정이고, 문을 열어두면 손님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데 최근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환기 딜레마’에 빠진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하모씨는 “지난 주말엔 ‘영하 10도인데 가게 문을 왜 열어놓느냐’는 손님이 있어 애먹었다. 잘 설명해 드려도 날이 워낙 춥다 보니 환기 중에 손님이 멋대로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성탄절 주말이었던 지난 24~25일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면서 올겨울 첫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새해 첫날이 끼어 있는 오는 주말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환기 딜레마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의 한 카페 점주는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계속 이어질 줄 모르고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공기 중 바이러스…“환기 안 하면 8시간 버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실내모임상황별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변화. 연합뉴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실내모임상황별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변화. 연합뉴스

보건당국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하루에 최소 3회, 매회 10분 이상 환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환기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는 상황이다.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식당에서 가장 많이 퍼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7일 “호남과 강원도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집단 전파를 세부 분석한 결과 추정 감염장소가 음식점인 비율이 33%로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업주가 주기적으로 환기하는지 직원을 보내서 감독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방문해야 할 가게가 워낙 많아 방역수칙만 안내하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 ‘식당·카페에서 환기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민원이 종종 들어오는데 직원이 그 가게에 버티고 있을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청 직원이 건성으로 안내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관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기 어려운 식당이나 카페에선 환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환기하지 않으면 비말이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면서 에어로졸이 돼 8시간 동안 버틸 수 있다”며 “날씨가 춥더라도 주기적으로 환기해서 공기 중 바이러스를 희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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