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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해 넘기는 대장동 수사…윗선 규명 없이 대선 치를 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특검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특검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뉴스1

수사 지지부진, 여야는 특검 말장난만  

이재명 측근 정진상 왜 소환 안 하나  

70일 남은 대선, 유권자가 진상 알아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해 ‘윗선’의 실체 규명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대로라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채 내년 3월 대선을 치를 공산이 크다.

대장동 의혹은 부동산 이슈와 맞물려 공분을 일으켰지만 수사는 처음부터 더뎠다. 의혹이 터져나온 지 한 달 만에야 검찰에 전담 수사팀이 생겼다. 인허가를 담당한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보다 보름가량 지나서야 이뤄졌다.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진 것도 5명뿐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인데, 윗선과의 중간 연결고리 수준의 이들을 기소하는 데에만 석 달이 걸렸다.

특히 당시 이 시장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은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남시 정책실장을 지낸 정 부실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본부장의 윗선 결재라인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압수수색 직전에도 그와 연락을 취했다. 2015년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에 대한 중도사퇴 종용 의혹 녹취록에도 ‘정 실장’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런 핵심 인물에 대해서조차 조사가 늦어지니 검찰이 여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 역시 진척이 없다. 검찰은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 가까이 재소환하지 않고 있다. 함께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수사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부실한 수사 때문에 특검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여야는 어제도 특검 방식에 이견을 보이며 공방전만 벌였다. 민주당은 이미 법안이 마련된 상설 특검을 선호하는데, 국민의힘은 상설 특검의 경우 정부·여당의 입김이 작용하니 별도 특검을 하자고 맞섰다. 민주당은 2012년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후보의 수사 미진 등도 넣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범죄 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특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대립 중이다.

양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따지며 대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으로 특검을 활용하는 듯한 말장난을 그만둬야 한다.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해 안 그래도 수사에 돌발 변수가 생긴 터다. 7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전에 수사기관은 신속히 결과를 내놓아야 하고, 이와 별개로 여야는 속히 특검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최대한 의혹의 진상을 밝혀 유권자가 선거에서 판단하도록 돕는 것은 국회와 수사기관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