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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과 동행해 '남편 미담' 꺼낸 김여사…"김건희 겨냥" 해석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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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다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 앞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 앞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공주대학교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기공식에 참석해 “장애학생들도 질좋은 교육으로 자신을 개발하고 자신의 진로와 직업에 도움이 되는 전문지식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는 국내 최초의 국립대 부설 장애인 특수학교로, 성인이 된 장애학생에게 제과ㆍ제빵을 비롯해 스마트농업, 반려동물 관리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중학교나 고등학교 내 장애인 대상 직업 교육은 있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직업 교육 과정은 없었다. 이날 기공식을 시작으로 2024년 3월에는 부산대 부설 예술특화 특수학교가 공주대 부설학교와 함께 문을 열고, 2025년 3월에는 한국교원대 부설 체육특화 특수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립대 부설 장애인 학교 설립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준공식이 아닌 기공식에 참여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당초 사회부총리 주관 행사로 기획됐던 것을 문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는 일정으로 수정하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약했던 장애인 교육시설 설립의 중요성을 국민께 직접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 정상 방한 등 외교 일정을 제외하고, 대통령 부부가 국내 정책 관련 일정에 함께 참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김 여사는 이날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 대통령보다 먼저 마무리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를 마친 뒤 표형민 맑은소리 하모니카 앙상블 대원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국내 첫 국립 직업 특성화 특수학교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를 마친 뒤 표형민 맑은소리 하모니카 앙상블 대원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국내 첫 국립 직업 특성화 특수학교이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잘 알려진 제 남편의 일화가 있다”며 “고등학교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소풍을 가는데, 쉬다 가다 보니까 도착하니 소풍이 끝났고, 친구들이 함께 그 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편견으로 차별당하지 않고, 누구도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지 않고, 누구도 희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며 이날 기공식의 의미를 직접 강조해 언급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했던 ‘무릎 사건’과 관련해 2017년 11월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서진학교 학부모들을 직접 면담한 적이 있다. 2016년 개교 예정이던 서진학교는 주민들의 반대와 지역구 국회의원(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방병원 건립 공약에 막혀 설립이 어려워졌다. 그러자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설명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고,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청와대는 이날 기공식에도 서진학교 학부모를 참석시켰다.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 꿇은 장애학생 부모들 모습(右). [연합뉴스TV 캡처]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 꿇은 장애학생 부모들 모습(右). [연합뉴스TV 캡처]

문 대통령은 김 여사에 이은 마무리 발언에서 “국립대학에 특수학교를 부설하고자 했던 생각은 지역사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거부하는 안타까운 일 때문에 모색한 것”이라며 김 여사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장애인이)평생교육을 받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헌법적인 권리”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김 여사의 동행과 적극적인 발언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염두에 둔 전략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윤 후보는 최근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며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역할을 대폭 축소할 뜻을 밝혔다. 김씨도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당선 후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 여사가 공식석상에서 발언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든 것은 ‘배우자 리스크’를 겪고 있는 윤 후보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영부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김건희 씨와 관련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려는 정치심리적 전략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그간 문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반복하면서, 긍정과 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아왔다. 청와대는 일부의 부정적 평가를 감안해 최근 들어서는 김 여사의 발언에 대해 사전에 원고를 작성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 그러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이후인 지난 23일 김 여사는 연평도 장병 방문 때 문 대통령과 동행했고, 이날 기공식에도 연이어 참석하는 등 공개일정을 늘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서해 백령도를 찾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들어 김정숙 여사의 공개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서해 백령도를 찾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들어 김정숙 여사의 공개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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