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다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공주대학교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기공식에 참석해 “장애학생들도 질좋은 교육으로 자신을 개발하고 자신의 진로와 직업에 도움이 되는 전문지식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는 국내 최초의 국립대 부설 장애인 특수학교로, 성인이 된 장애학생에게 제과ㆍ제빵을 비롯해 스마트농업, 반려동물 관리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중학교나 고등학교 내 장애인 대상 직업 교육은 있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직업 교육 과정은 없었다. 이날 기공식을 시작으로 2024년 3월에는 부산대 부설 예술특화 특수학교가 공주대 부설학교와 함께 문을 열고, 2025년 3월에는 한국교원대 부설 체육특화 특수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국립대 부설 장애인 학교 설립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준공식이 아닌 기공식에 참여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당초 사회부총리 주관 행사로 기획됐던 것을 문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는 일정으로 수정하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약했던 장애인 교육시설 설립의 중요성을 국민께 직접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 정상 방한 등 외교 일정을 제외하고, 대통령 부부가 국내 정책 관련 일정에 함께 참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김 여사는 이날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 대통령보다 먼저 마무리 발언을 했다.
김 여사는 “잘 알려진 제 남편의 일화가 있다”며 “고등학교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소풍을 가는데, 쉬다 가다 보니까 도착하니 소풍이 끝났고, 친구들이 함께 그 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편견으로 차별당하지 않고, 누구도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지 않고, 누구도 희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며 이날 기공식의 의미를 직접 강조해 언급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했던 ‘무릎 사건’과 관련해 2017년 11월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서진학교 학부모들을 직접 면담한 적이 있다. 2016년 개교 예정이던 서진학교는 주민들의 반대와 지역구 국회의원(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방병원 건립 공약에 막혀 설립이 어려워졌다. 그러자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설명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고,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청와대는 이날 기공식에도 서진학교 학부모를 참석시켰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에 이은 마무리 발언에서 “국립대학에 특수학교를 부설하고자 했던 생각은 지역사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거부하는 안타까운 일 때문에 모색한 것”이라며 김 여사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장애인이)평생교육을 받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헌법적인 권리”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김 여사의 동행과 적극적인 발언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염두에 둔 전략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윤 후보는 최근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며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역할을 대폭 축소할 뜻을 밝혔다. 김씨도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당선 후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 여사가 공식석상에서 발언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든 것은 ‘배우자 리스크’를 겪고 있는 윤 후보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영부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김건희 씨와 관련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려는 정치심리적 전략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그간 문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반복하면서, 긍정과 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아왔다. 청와대는 일부의 부정적 평가를 감안해 최근 들어서는 김 여사의 발언에 대해 사전에 원고를 작성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 그러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이후인 지난 23일 김 여사는 연평도 장병 방문 때 문 대통령과 동행했고, 이날 기공식에도 연이어 참석하는 등 공개일정을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