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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우주정거장, 머스크 위성과 '쿵' 할뻔…'우주 교통사고'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는 점점 더 바쁘고 붐비는 새로운 우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미국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 박사)

우주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부 강대국 정부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우주 공간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탐사 기업이 앞다퉈 저궤도 인공위성을 띄우고 있어서다. 이미 인공위성과 발사체 파편 등 1만t에 가까운 우주쓰레기가 저궤도 우주를 떠돌고 있어 전문가들은 "우주에서 재앙에 가까운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 배치를 위해 이륙했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 배치를 위해 이륙했다. [AP=연합뉴스]

최근 중국 우주정거장과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이 충돌할 뻔한 사건도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중국 항공우주 당국은 이달 초 유엔 우주사무국(UNOOSA)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 지난 7월 1일과 10월 21일 중국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에 근접했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우주정거장이 회피 기동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4월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를 발사하고 내년완성을 목표로 우주 비행사 3명이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식이 중국에 알려지자 머스크와 스페이스X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웨이보에서 이 주제는 약 9000만 회의 조회 수를 올렸다. 한 네티즌은 스페이스X의 위성이 "우주쓰레기"라고 혹평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전 편집인은 트위터에서 "중국 우주 비행사에게 테슬라를 팔기 위해서 접근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28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다른 나라에 우주 활동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우주 조약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가 워싱턴DC의 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인공위성 2020'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해 3월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가 워싱턴DC의 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인공위성 2020'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CNN은 이번 사건이 "우주에서 정부와 민간 기업의 활동 증가로 인한 '우주 교통사고'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짚었다. 지구 궤도 상 200~2000㎞ 상공에 떠 있는 저궤도 위성은 통신 지연율이 낮아 차세대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스페이스X뿐 아니라 제프 베조스 또한 자회사를 설립해 '카이퍼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저궤도 위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 위성산업협회(SIA)는 2029년까지 10만 대 이상의 상업용 위성이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선두주자인 스페이스X가 저궤도 과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미 약 2000개의 저궤도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렸고, 2027년까지 1만 200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띄울 계획이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인공위성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회피 기동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스타링크는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자사 스타링크 위성에 자율 충돌 회피 기능이 내장돼 있어 다른 물체와의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7일 중국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정거장을 위한 모듈인 톈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7일 중국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정거장을 위한 모듈인 톈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중국 역시 저궤도 충돌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2007년 위성요격미사일(ASAT)으로 자국 위성을 파괴해 수천 개의 우주 파편을  만들었다. 실제 지난달 10일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해당 파편을 피하기 위해 회피기동을 해야 했다. 맥도웰 박사는 "ISS는 지난 10년 동안 여러 차례 중국이 만든 우주 파편을 피해야 했다"며 "중국도 이 문제에서 깨끗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미·중·러의 우주 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민간 사업자까지 끼어들면서 우주가 각축장이 되자 새로운 우주 규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논평에서 "저궤도 우주에서 모두가 준수할 책임 있고 지속가능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FT는 1967년 유엔(UN) 우주조약은 낡았고, 2019년 유엔 우주평화위원회에서 채택한 가이드라인은 위반 시 페널티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난 5일 조세프 아쉬바허 유럽우주국(ESA) 국장은 "일론 머스크가 우주를 독점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며 "우리는 공통의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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