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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폭탄 피하자" 개미 하루 3조 주식 던졌다,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가 배당락일을 하루 앞둔 28일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수에 힘입어 소폭 올랐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0.69포인트(0.69%) 오른 3,020.24에 장을 마쳤다.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가 배당락일을 하루 앞둔 28일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수에 힘입어 소폭 올랐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0.69포인트(0.69%) 오른 3,020.24에 장을 마쳤다.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3조903억원. 28일 하루 동안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치운 액수다. 한국 증시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 물량에다 박스피에 갇힌 주식 시장에 지친 개미들의 이탈 물량까지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개인의 거센 '팔자'에도 다만, 개미들이 쏟아낸 물량은 기관과 외국인이 받아내며 코스피는 상승 마감했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613억 원어치, 코스닥시장에서 1조129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 시장을 합쳐 3조903억원치를 하루 만에 팔아 치웠다. 개인 순매도 액수가 하루 기준 3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개인 합산 순매도액이 가장 컸던 것은 지난 2월 25일(2조1282억 원)이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이 던진 물량은 기관(2조3465억원)과 외국인(7612억원)이 받아냈다.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로 코스피는 전날보다 0.69%(20.69포인트) 상승한 3020.24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59%(16.08포인트) 올라 1027.44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대거 매도 행렬에 나선 것은 이날이 대주주 양도세를 내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매도일이었기 때문이다. 28일 이후에 한 종목을 10억 원 이상(직계 보유분 합산 기준) 보유한 경우에는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양도 차익의 20%(3억원 이상 25%)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요건 및 양도소득세 회피성 개인 매물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개인이 이날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5480억원)다. 두 번째로 많이 판 종목은 2차전지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1367억원)였다. SK하이닉스(1336억원), 셀트리온 (1106억원)이 뒤를 이었다. 모두 올 한해 개미들이 꾸준히 사 모은 종목들이다.

대주주 양도세는 매년 연말이면 반복되는 수급 이벤트임에도 올해는 유난히 매도 폭이 컸다. 지난해 양도세 부과 기준일에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46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9027억원어치를 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양도차익과세에 더해 최근 횡보장에서 계속되는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겹쳐 순매도 폭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인은 지난 21일부터 6거래일 연속 팔고 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5조6110억 원에 이른다.

주식을 던진 개인들이 시장에 돌아올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에 해당되지 않도록 지분율 또는 금액을 줄인 뒤 비슷한 테마의 다른 종목에 재투자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학균 센터장은 “일부는 돌아오겠지만 최근 한국 주식시장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떨어졌다”며 “시장이 위로든 아래로든 움직여야 개인 수급이 바뀔텐데 지금과 같은 횡보장이 이어지면 큰 반전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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