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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 TK 찾는 尹 "박근혜에게 인간적으로 대단히 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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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 수사에 깊숙이 관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 방문을 하루 앞두고 과거 수사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해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마음을 달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를 앞두고 진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를 앞두고 진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오전 서울 목동의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로서 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정서적으론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 분의 건강 회복이 우선인 상황에서 제가 그 분 뵙겠다고 찾아가는 것이 우리 박 전 대통령의 건강 회복에 과연 바람직하겠느냐”며 “지금은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조속한 건강회복을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할 때마다 꼬박꼬박 ‘우리’란 표현을 쓴 데 대해 “친근감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이번 사면 대상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된 데 대해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는 정치적으론 국민 통합에 대단히 부정적이지만, 법치와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며 “국가 발전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잘 조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노 전 대통령 수사팀이 당시 저한테 어떤 의견을 물어오면 저는 ‘조속하게 처리하고 무리는 안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비판적 질문에 적극 반박하는 대신 몸을 낮추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26일) 아내 김건희씨의 사과가 충분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께 판단을 맡기겠다.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사과의 진정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1일 1실언’는 지적에도 “제 잘못이다. 제 진심과 다른 ‘실언’이라고 말해줘서 감사하다. 국민의 비판을 당연히 수용하고, 제가 정치적으로 책임질 것 지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김씨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외부 기관을 통해 검증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제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향후 선거 유세에 김씨가 동행할지에 대해선 “본인의 판단 문제다. 강요하거나 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대장동 특검을 받으면 (이 후보와의) 토론에 응하겠다”는 조건부 토론 입장을 취하고 있는 윤 후보는 “과연 민주당 후보가 야당 후보와 국가 비전을 놓고 수없이 토론할 입장이 돼 있느냐”며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의 물타기성 정치 공세적 토론 제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야당후보로서 좀 취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은 글로벌 경제·안보의 린치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초청 간담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초청 간담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토론회에 이어 이날 오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간담회에 참석한 윤 후보는 “한·미동맹은 글로벌 경제·안보의 린치핀(핵심축)”이라며 전통적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뒤 “반시장적이며 과도한 정부 개입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현 정부의 정책들은 과감하게 정상화시키겠다”며 경제 정책에 관한 과감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법인세가 높아선 좋은 투자처가 되기 어렵다. 역외기업의 투자 유인책으로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문제도 미국 세무당국과 우리 세무 당국이 협의해 (세율이) 적은 쪽으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국내 유치를 위해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자 제임스 킴 암참 의장은 “정말 감사하다. 우리 다같이 박수칠까요”라고 호응했다.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본의 경우 관계가 가깝지 않으면 역사적 문제를 정리하기 어렵다”며 “가까운 관계가 되고 서로 간 이익을 나누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반대로 중국 청년 대부분이 한국을 싫어한다”며 “이 정부 들어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쓰고 미·중 간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 관계가 나쁜 것으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공통적인 국가들끼린 안보 부분 등의 비밀을 공유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서로 간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필요한 협력을 원활히 해나가면 된다”고도 했다.

“거대 노조 부당한 기득권, 공정에 반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MZ세대와 함께 공정과 공존의 일터를 말하다)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MZ세대와 함께 공정과 공존의 일터를 말하다)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취약한 청년층 끌어안기 노력도 이어갔다. 이날 오후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위원장 윤희숙)가 주최한 ‘MZ세대와 함께 공정과 공존의 일터를 말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윤 후보는 “기성세대로서 2030세대의 감정과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부족한 게 많겠지만 솔직한 말을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교통공사 송시영 올바른노조위원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상식과 공정성이 실종됐다”고 강하게 비판하자 맞장구를 치는 모습도 보였다. 윤 후보는 “많은 청년이 공정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을 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며 “수년 동안 입사를 위해 준비했던 사람들이 맥빠지는 이야기를 정치인이 했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지하철공사는 진짜 문제가 많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은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했다”고도 했다.

유준환 LG전자 사무직노조위원장이 “(노사)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소수 노조의 목소리가 힘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을 때도 “일이 서로 다르고, 입사 절차라든가 경력이라든가 하는일이 전부 다른데 단일 창구로 근로조건 교섭한다는건 아마 청년세대가 느끼기에 엄청난 부당한 기득권”이라고 호응했다. 그러고는 “공정에 반한다는 생각에 적극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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