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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1년새 13.7% 급등, 로또청약·패닉바잉 불렀다 [2021 리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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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⑤ 부동산 시장 

13.73%.

지난 11월까지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다. 2006년(13.92%) 이후 올해 아파트값은 역대급으로 올랐다. 지난해 상승률(7.57%)의 배 가까이 오를 만큼 기록적인 수치다. 수도권에서는 서울(7.76%)보다 경기(22.09%)와 인천(23.87%) 집값이 치솟았다. 지방(10.25%)도 서울보다 더 올랐다.

아파트 가격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파트 가격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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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상승세가 꺾이고 있지만 1년 내내 집값은 급등했고 2030의 ‘패닉 바잉’을 비롯해 청약시장 과열, 보유세 급등 등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커진 해이기도 했다.

올해 확연히 달라진 것은 ‘공급’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다.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에서 공급 부족으로 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있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월에 도심 내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준공업지역을 공공이 직접 개발하되 용적률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2·4 공급대책) 청사진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30만 가구를 포함해 정부는 2025년까지 20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8월에는 2024년까지 10만1000가구를 사전 청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본 청약보다 1~2년 앞서 입주자를 정해 공급 시기를 앞당겨 보겠다는 방침이었다.

민간아파트 분양 물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민간아파트 분양 물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지만 적기를 놓친 뒤늦은 공급 확대여서 주택 부족에 따른 집값·전셋값 불안은 이어졌다. 특히 정부도 공공연히 “스트레스 구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서울 입주물량은 올해(2만1000가구)에 이어 내년(1만8000가구)에도 대폭 줄어든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한 공급도 추진됐다면 가격 급등 현상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한 해 내 집 마련 수요는 폭발했다. 11월까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74만8968명이다. 1순위자만 1456만9489명에 달한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벌어지는 ‘로또 청약’으로 청약시장은 가열됐다. 지난 5월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 공급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경우 일반 청약에 24만4000명 이상이 몰리며 평균 8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1인 가구 수 급증”을 꼽았지만 전문가는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세대 쪼개기’가 많았다고 분석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이혼이 줄었는데 가구 수가 증가한 요인의 하나로 강화된 세제·대출 규제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벼락 거지’ 두려움에 2030의 패닉바잉이 이어지면서 서울 외곽 지역 및 수도권 일대 집값이 폭등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교통 호재도 집값에 불을 붙였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서울 평균 아파트값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시행 1년을 맞은 ‘임대차 3법’의 부작용도 전·월세 시장을 뒤흔들었다. 계약의 형태에 따라 세 가지 가격이 공존하는 ‘삼중가격’이 흔해졌다. 보증금 증액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갱신청구권을 쓴 계약과 신규 계약, 집주인과의 협의를 통한 재계약 등의 가격 차이가 심해지면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 84㎡ 전세 보증금이 5억원대에서 11억원 대까지 벌어졌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분양시장에선 분양가 규제로 인한 가수요가 일어나 결국 기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고, 임대차시장에서도 가격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컸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가중하기 위한 정부의 조세정책이 결국 급등한 집값과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과 맞물려 ‘보유세 폭탄’이 됐다. 정부·여당이 부랴부랴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지만 조세 저항의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대상 인원 및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대상 인원 및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특히 올해 급등한 집값에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30%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여당은 공시가격 1년 동결과 같은 부담 완화 방안을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이지만 선거를 염두에 둔 단기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징벌적인 수준인 종부세 세율을 낮추고,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는 등 부동산 세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매매가격이 내려가는 지역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하락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전문가와 기관은 “하락세라기보다 숨 고르기로, 내년에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내년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의 경우 주택산업연구원이 2.5%, 대한건설정책연구원 5%,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부족과 임대차시장 불안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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