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핀 '이재명+안철수 결합론'에 이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발끈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26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안 후보는 V3 백신을 만들고 4차 산업에 대한 고민이 확실한 국가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분”이라며 “평생 검사만 해서 상상력이 박제된 윤 후보의 사고로는 안 후보의 발랄한 과학기술을 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안 후보는 5% 정도의 지지율인데 어젠다만 제시하고 사그라지기에는 아까운 분”이라며 “연합해서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키울 수 있다면 의미가 더 있을 것이다. 향후 연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송 대표가 꺼낸 ‘안철수 결합론’에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였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국민반상회 행사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결합론에 대해 송 대표와 사전 상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깊이 생각 안 해봤다”고 말했다. 27일 오전에도 “저도 뉴스를 보고 송 대표가 이런 말씀을 하셨구나 했다”며 “통합이나 협력하는 틀을 만들고 싶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후보가 ‘아니다’고 말한 그대로 의미를 받아들이면 된다”며 “인터뷰 내용을 확인한 뒤로도 ‘안철수 결합론’에 대해 이 후보와 송 대표가 대화를 나눈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2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안 후보는 “송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후보의 한계를 자인하고 이를 덮기 위한 정략적인 판 흔들기용 발언”이라며 “저는 누구의 제안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송 대표의 돌출발언은 후보와 당이 합의한 공식 입장이냐”며 “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문재인 정권을 함께 심판하겠다는 뜻에 동의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또 “비리 의혹 해소와 부패 척결을 위한 ‘쌍특검(대장동, 고발사주 특검)’ 법안 제정에 즉각 나설 것인지 답변해달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발언에 두 후보 모두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자 당 대표실에선 진화에 나섰다. 송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영호 의원은 27일 “안철수 결합론이 당 차원의 입장은 아니다”며 “송 대표가 보기에 윤 후보보다 이 후보가 안 후보와 가까우니 연대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띄워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진욱 대변인도 “송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이지 당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대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안 후보가 제시하는 과학기술 비전이 국가발전의 중요한 어젠다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라며 “마찬가지로 김동연 후보가 제기하는 기회가 공정하고 풍부한 나라도 중요한 어젠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와 김 후보가 주장한 어젠다에 공감을 표시하고 함께 협력할 여지가 있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