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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비매너) 아스나위 혼냈죠, 또 그러면 '대표팀 올 생각 말라'고"

중앙일보

입력

인도네시아 아스나위(가운데)가 스즈키컵 4강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싱가포르의 파리스 람리를 조롱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아스나위(가운데)가 스즈키컵 4강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싱가포르의 파리스 람리를 조롱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약체 인도네시아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은 ‘신 오빠’, ‘대박 코치 신따용’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정작 신태용(51)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은 26일 밤 전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서는 난리라는데 실감이 안 난다. 싱가포르가 ‘버블’ 형태로 대회를 치러 감옥 같은 생활 중이다. 사실 현지어도 잘 모른다”며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사람을 엄청 좋아한다. 동남아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한국 선호도 1위 나라”라고 했다.

약체 인니 스즈키컵 결승행 돌풍 #매경기 맞춤형 '카멜레온 전술' #온화한 선수단에 한국 파이팅 이식 #상대 조롱한 아스나위 크게 혼내

인도네시아는 지난 25일 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스즈키컵) 4강 2차전에서 연장 끝에 싱가포르를 4-2로 꺾고 1·2차전 합계 5-3으로 결승에 올랐다. 후반 42분에 동점골을 넣고,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을 겨우 막아냈고, 싱가포르가 3명 퇴장 당하는 등 ‘축구의 모든 경우의 수가 나온 경기’였다.

신 감독은 “나도 선수 때 경기 도중 골키퍼 장갑을 껴봤고, 감독 때 선수 2명이 퇴장 당하고도 이겨봤다”며 “세트피스를 대비했는데, 2골이나 내줘 멘붕이 왔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지만, 우리 선수들은 사활을 걸고 했다”고 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댄스를 춘 신 감독은 “선수들이 물을 엄청 뿌렸다. 박수를 쳤고, 리듬을 조금 탄 것”이라며 웃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4차례 스즈키컵에서 3번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 약체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1위(3승1무)로 4강에 오르는 등 6연속 무패다. 베트남 언론도 ‘신태용의 카멜레온 전술이 통했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4강 1차전에 스리백을 썼는데, 2차전에 싱가포르의 파이브백을 예상하고 ‘투 볼란치’를 세우는 4-2-3-1 포메이션을 썼다. (조별리그) 베트남전은 수비적인 스리백, 말레이시아전에 공격적인 포백을 썼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 [AP=연합뉴스]

1m94㎝ 수비수 엘칸(입스위치 타운)이 대회 도중 격리를 다녀왔고, 슬로바키아에서 뛰는 윙어 에기 마울라나(세니차)는 4강전에야 가세했다. 10명이 총 18골을 넣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리그의 공격수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다. 그래서 전문 공격수가 없지만, 성남 제자였던 라돈치치 코치가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20세 이하, 23세 이하 대표팀을 겸임하는 신 감독은 20대 초반 선수 6명을 ‘월반’ 시켰다. 주장이 22세 아스나위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어리다 보니 기복이 심하지만, 경험과 자신감이 붙으면 앞으로 10년은 갈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스나위는 4강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파리스 람리 앞에 다가가 ‘고맙다’고 조롱해 논란이 됐다. 신 감독은 “난 경기장에서는 몰랐는데, 나중에 영상 보고 깜짝 놀랐다. 점심 먹고 아스나위에게 ‘내가 감독하는 동안 한번만 더 그런 일이 있으면 대표팀 올 생각하지 마라’고 혼냈다. 경기장 안에서는 모두 동업자인데, 그 선수가 페널티킥을 못 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선수단에 ‘상대 벤치에서 골세리머니하는 것도 용납 못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스나위가 ‘두 번 다시 그렇게 안 하겠다’고 했다. 사실 아스나위는 좀 더 세밀한 플레이가 필요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선수”라고 했다. 아스나위는 신 감독의 추천으로 K리그2 안산에서 뛰고 있는 애제자다 .

인도네시아 신태용(가운데).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신태용(가운데). [AP=연합뉴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항상 기온이 따뜻해, 사람들의 성격이 온화하고 급할 게 없다. 한국축구 특유의 파이팅을 심어주려고 했다. 현지어로 ‘아요(하자)’, ‘에와코(파이팅)’, ‘비짜라(서로 말을 많이 하자)’고 말해줬다“며 “또 고랭(튀김)과 짠음식을 즐겨 먹어서, 단백질을 보충하게 했다. 이번 대회는 아쉽게 (버블형태라) 도시락만 먹고 있지만”라고 했다.

작년 1월 인도네시아를 맡은 신 감독은 올해 3월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지병까지 겹쳐 에어앰뷸런스를 타고 일시 귀국한 적이 있다. 신 감독은 “자비로 1억2800만원을 썼다. 나, 의사 1명, 간호사 2명, 기장, 부기장까지 6명만 탔다. 당시 (인도네시아)축구협회 지원이 없어서 힘든 부분은 있었다”고 했다. 지난 8월에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신 감독은 이번대회를 앞두고 터키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인도네시아는 29일과 다음달 1일에 태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태국은 4강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꺾고 올라왔다. ‘태국 메시’라 불리는 1m58㎝ 차나팁 송크라신(콘사도레 삿포로)이 경계대상이다. 4강 2차전을 직관한 신 감독은 “태국이 우리보다 한 수 위다. 볼을 진짜 잘 찬다. 다만 4강 1차전보다는 안 좋았고, 베트남이 훨씬 몸놀림이 좋았다. 송크라신은 작지만 빠르고 활동량이 좋고 프리롤로 움직인다. 수비할 때 영리하게 막아야 하는데 훈련 때 강조하겠다”고 했다.

박항서 감독은 2018년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을 이끌며 베트남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신 감독은 “베트남 말고 인도네시아 축구만 생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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