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광인(30)에겐 강해져야 할 이유가 두 가지나 있다. '주장', 그리고 '아빠'란 이름이다.
지난해 6월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한 전광인은 지난 22일 전역했다. 그리고 26일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전광인을 선발로 투입했다. 경기 전 선수 소개를 할 때 전광인이 등장하자 가장 큰 박수 소리가 나왔다.
1세트엔 득점이 없었지만 2세트부터 점프력을 살린 공격과 블로킹이 터졌다. 서브 에이스까지 나오며 7득점. 수비와 리시브도 안정적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5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전광인은 "많이 떨리고, 설렜다. 2년 만에 팬들을 만나는 거라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기다리던 첫 득점이 나왔을 때도 반응이 뜨거웠다. 전광인은 "초조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세터가 올려줄 때 처리만 한다면 되는 생각이었다. 다만 첫 공격시도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아 '힘들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전광인의 절친한 선배 서재덕(한국전력)도 올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전광인은 "원래는 오늘 경기장에 오려고 했는데 못 왔다. 자기도 정신없었다고 하면서, 시즌을 치르면서 힘이들 수도 있는데 선수들을 믿고 하라고 조언해줬다"고 전했다.
전광인은 코로나19로 쓰지못한 휴가를 모아 12월 초부터 팀 훈련에 참여했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서는 코트라 부담이 없진 않았다. 그는 "조심스러워졌다.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게 됐다. 예전엔 거침없이 했는데 몸 상태도 걱정하게 되더라.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공을 보면 (자제하기가)쉽지 않더라"고 웃었다.
최태웅 감독은 전광인이 돌아오자마자 주장을 맡겼다. 전광인이 떠난 사이 허수봉, 김명관, 김선호, 박경민 등 리빌딩을 통해 젊은 선수들 위주로 바뀐 팀을 이끌어달라는 것이었다.
전광인은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중심을 잡아야 할 선수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형들, 그리고 후배들과 뭉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팀이 어려졌고, 과감해졌다. 우리 세대와 다른 부분도 있어 적응하는 중인데 같이 있으면 어려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선수 자녀들이 경기장을 뛰노는 게 자연스러운 팀 문화다. 2019년 아들 루안이가 태어난 전광인은 그럴 기회가 없었다. 복귀전을 치른 뒤엔 아들을 어깨에 안고, 경기 기록지에 사인했다.
전광인은 "군복무 기간 매일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들과 사이가 깊어졌다. 나를 보고 걸어오는데 괜히 찡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 경기장까지 와서 아빠를 쳐다보는구나. 오랫동안 좋은 모습 기억할 수 있게 보여줘야겠다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의 합류와 펠리페의 가세로 후반기 반전이 기대된다. 전광인과 펠리페는 한국전력 시절 함께 활약하며 한전의 컵대회 우승과 봄 배구를 이끌었다. 전광인은 "펠리페와 따로 연락을 하진 못했다. 기사로 빨리 오려고 한다는 이갸기 들 었을 때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은 친구란 생각을 했다. 오래간만에 같이 하는 거라서 그 때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전광인이 빠진 현대캐피탈은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6위)을 냈다. 그만큼 전광인의 책임감은 무겁다. 그는 "치고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배구를 많이 다져야 한다.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합이 나왔을 때 많은 승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