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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파이어도 했다…거리두기와 거리 둔 이 회사 송년회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월에 캠프파이어까지 한 송년회는 처음이에요.”
지난 20일 최다희(31)씨는 색다른 송년회를 경험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송년회에 참석했는데, 약 2시간 동안 약 50여명과 함께 ‘OX 게임’,‘의자 뺏기’ 등 각종 게임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뒤풀이까지 했다.

지난 20일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에서 진행한 메타버스 송년회. 진행자 송은이·김숙씨가 모닥불까지 마련해 애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씨 제공]

지난 20일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에서 진행한 메타버스 송년회. 진행자 송은이·김숙씨가 모닥불까지 마련해 애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씨 제공]

5인 이상 집합금지 상황에도 최씨가 ‘대규모’ 송년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바타를 이용한 가상공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각종 송년회가 2년째 취소되는 가운데, 비대면 송년회로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메타버스 송년회’가 새로운 풍경으로 등장했다.

“아바타는 거리두기 없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랜선 송년회가 한창이다.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대표인 이다랑(36)씨는 지난 9일 직원 20여 명과 메타버스의 한 플랫폼에서 송년회를 열었다. 거리두기 시행으로 실제 만남이 불가능해지자 선택한 차선책이다. 이씨는 “사적 모임 제한으로 식당까지 예약한 송년회가 취소됐다. 지난해엔 줌(Zoomㆍ화상 앱)으로 송년회를 했는데, 평소에도 줌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노는 날’이라는 분위기가 안 나 올해는 메타버스를 이용했다”고 했다.

이씨는 “직원들의 집으로 여러 밀키트를 보내주고, 드레스 코드까지 전해 송년회를 진행했다. 귀여운 아바타와 동시에 화상으로도 연결이 돼 더 역동적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화상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부터 아바타로 달리기 시합까지 각종 콘텐트를 준비했다.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더 여러 주제로 소통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12월 초 이다랑 대표가 직원들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송년회를 하고 있다. [이씨 제공]

12월 초 이다랑 대표가 직원들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송년회를 하고 있다. [이씨 제공]

익명성과 다양한 공간 활용 장점

중견기업을 다니는 박기영(가명·29)씨도 최근 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직원 100여명과 함께 회사 랜선 송년회에 참석했다. 박씨는 “회사가 보수적이어서 평소 회식을 해도 분위기가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아바타로 참석하고 어느 정도 익명성이 보장되니 자유롭게 소통했던 것 같다”고 했다.

거리두기에 제한이 없고 공간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라고 이용자들은 설명했다. 최씨가 참여했던 송년회를 기획한 ‘비보(비밀보장)TV’는 애청자들을 위해 연말까지 송년회 장소를 스튜디오와 비슷하게 꾸미고, 한쪽에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마련해 팬들에게 공개했다. 최씨는 “다른 팬들과 함께 음악 등을 틀어놓고 소소한 대화 등을 나누는 낙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툰 작가인 이모(35)씨는 24일 자신의 팔로워들과 함께 육아를 주제로 송년회를 진행했다. [인스타그램 'BOM' 캡쳐]

인스타툰 작가인 이모(35)씨는 24일 자신의 팔로워들과 함께 육아를 주제로 송년회를 진행했다. [인스타그램 'BOM' 캡쳐]

화상 송년회도 성황…“코로나 끝나도 줌으로”

줌이나 영상 통화를 이용한 송년회도 지난해에 이어 인기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28)씨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동기들과 줌 송년회를 했다. 동기들이 16명으로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데, 거리 상관없이 모일 수 있어 비대면보다 더 편리하다”고 했다. 그는 “공간 대여비도 필요하지 않아 상품 퀄리티도 전보다 좋아지고, 늦은 시간까지 놀아도 부담이 없어 코로나 이후에도 종종 화상으로 모일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사번… 올해도 못 만나 아쉬워”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동기 6명과 올해 입사한 권모(28)씨는 “코로나19로 동기들과 사적으로 다 같이 모이지 못했다. 연말이라도 다 같이 모이는 게 중요한데, 친해질 기회가 줄어든 거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12월 들어 송년회만 3개가 취소됐다. 비대면으로라도 만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같은 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모임은 큰 의미가 없을 거 같아 취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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