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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접종 90% 포르투갈서도 우세종…방역 조이는 유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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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의 성탄절 장식 사이로 활발하게 이동하는 시민들. 하지만 이날 정부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5차 대확산에 대비 다음날 5시부터 재차 봉쇄에 들어간다고 발표 [신화=뉴시스]

1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의 성탄절 장식 사이로 활발하게 이동하는 시민들. 하지만 이날 정부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5차 대확산에 대비 다음날 5시부터 재차 봉쇄에 들어간다고 발표 [신화=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각국에서 가파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 발견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우세종 지위를 굳히며 빠른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 접종 완료율이 높은 ‘백신 모범국’에서도 확산이 일어나 백신 무용론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스터샷을 접종하더라도 기존 백신으로는 충분한 면역 효과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세계 곳곳에선 풀었던 방역 고삐를 조이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그동안은 3차 접종에만 속도를 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병행하며 확산 속도를 잡겠다는 의도다.

델타보다 전파력 3~5배…영국·미국서 우세종

미국 코로나19 우세종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코로나19 우세종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앞서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 16일 오미크론 변이의 유효 감염재생산지수가 3~5 정도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백신 접종 상황과 거리두기를 고려할 때 오미크론에 감염된 1명이 평균 3~5명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델타 변이가 1.1~1.2명에게 전파하는 것과 비교하면 3~5배 넘는 전파력을 가진다. 실제 영국 런던에선 이미 이번 달 중순부터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오미크론이 상륙한지 불과 3주 만에 우세종이 됐다.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 이하인 국가에서만 나타나는 상황은 아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90%에 육박하며 ‘백신 모범국’으로 꼽혔던 포르투갈에서도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보건당국은 전날 신규 확진자 수는 1만2943명으로 1월 28일(1만6432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확산세가 급격히 증가한 건 오미크론 영향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백신 기본 접종만으로는 오미크론을 막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부스터샷으로 오미크론 지연시킬 수 있나 

미국이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20일(현지시간) 뉴욕시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20일(현지시간) 뉴욕시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각에선 부스터샷 접종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부스터샷 접종률이 26% 정도였던 포르투갈과 달리 36.8%를 기록 중인 덴마크에서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현지시간)만 해도 덴마크의 일일 확진자수는 1만3000명을 웃돌았으나 23일에는 1만2500명으로 소폭 줄었다. 입원률도 일일 125명 안팎으로 당국이 일주일 전 예상했던 250명보다 절반 정도 줄었다. 전염병학자인 티이라 그로브 크라우제 덴마크 국립 혈청 연구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방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부스터샷이 향후 몇달 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방역 전문가들은 위중증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스터샷 접종은 꼭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부스터샷 접종을 맞는다고 해도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10주 뒤부터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하며 마냥 추가 접종에만 의지할 수는 없게 됐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에든버러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백신 부스터샷의 오미크론 감염 예방 효과가 10주 뒤 15~25%까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컬럼비아대와 홍콩대 과학자들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은 논문에서도 모더나와 화이자 같은 mRNA 백신을 추가 접종한 경우 2차 접종보다는 더 잘 보호됐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드 코로나 시작했던 국가, 빗장 걸어잠가

얼굴 마스크를 쓴 예배자들이 25일 리스본 대성당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굴 마스크를 쓴 예배자들이 25일 리스본 대성당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은 위드 코로나 시작 후 풀어놨던 빗장을 일제히 걸어 잠그고 있다. 부스터샷 접종뿐 아니라 거리두기 강화로 복귀해 확산 세를 단기간에 줄이겠다는 의도다. 미국 워싱턴DC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도시 전체에 내년 1월 말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명령을 다시 내렸다. 지난달 중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뒤 한 달 만이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코로나19 검사센터를 확대하고 무료 자가진단 키트를 공급하며, 공립학교의 겨울방학 후 개학을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독일도 오는 28일부터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모임 인원을 10명 이내로 제한했다. 포르투갈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나이트클럽, 바의 운영을 중단하고 재택근무에 돌입한다. 덴마크도 지난 17일부터 전국의 극장과 콘서트장, 놀이공원, 박물관, 미술관 등을 일제히 폐쇄했다. 식당의 영업시간도 자정까지에서 오후 11시까지로 단축하고 오후 10시 이후에는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위중증 막으려면 부스터샷 필요…방역 강화도 고민해야

이에 국내 감염 전문가들도 방역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차 접종 후에도 방역 효과가 빠르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건 오미크론에 맞는 새로운 백신이 나올 때까지 방역을 강화하면서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어느 국가든 앞으로 2~3달 이내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수 있다”며 “필요할 경우 방역 강화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계속 방역을 강화하면서 시간벌기를 해왔는데 그 시간 동안에 대체 뭘 한 건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지금처럼 소수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치료에 올인하고 대형병원이 도와주는 식의 대응은 단기간의 감염병 상황에 적합한 모델”이라며 “추후 방역 강화를 통해 시간을 벌어놓게 된다면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지역사회 내 의료 체계 전체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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