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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3조원 쓸어담은 동학·서학개미…삼전·테슬라에 꽂혔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103조3500억원.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외 주식을 사들인 금액이다. 이전 최대였던 지난해(약 87조원) 순매수 금액보다 18%가량 많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주식 투자 열풍이 식지 않은 데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급증한 결과다.

2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65조6384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 11조111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개인 순매수 금액과 비교하면 코스피는 38% 늘었고, 코스닥은 32% 줄었다. 개인 매수세가 코스피 시장에 집중됐단 뜻이다. 개인들은 올해 해외 주식도 224억568만 달러(약 26조6000억원)가량 사들였다.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올해 주식 100조원 넘게 산 개미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주식 100조원 넘게 산 개미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개미 군단'의 주식 쇼핑은 대형주에 쏠렸다. 국내에선 삼성전자(31조3607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5조759억원)를 36조43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 전체 순매수액의 절반이 넘는다. 이어 현대모비스(3조1679억원)와 카카오(2조8650억원), SK하이닉스(2조5237억원), 현대차(2조3552억원), LG전자(2조1016억원) 등도 쓸어담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주가 부진으로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24일 기준 코스피는 3012.43으로 지난해 말(2873.47)보다 4.8% 오르는 데 그쳤다. 주요 20개국(G20) 중 주가 상승률은 18위였다.

'대장주'이자 개인 매수세가 집중된 삼성전자 주가는 24일 8만500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말(8만1000원)보다 0.6% 하락했다. 올해 평균 순매수 가격을 지난 24일 종가와 비교하면, 올해 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의 추정 수익률은 -0.4%다. 현대모비스(-12.8%)나 카카오(-9.5%) 등도 수익률이 저조했다.

올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부진하자 개인투자자는 해외 증시로 눈을 돌렸다. 특히 미국 시장을 찾은 투자자가 많았다. 서학 개미가 순매수한 해외 주식 상위 10개는 모두 미국 주식이었다.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다. 순매수 금액은 28억6760만 달러(약 3조4000억원)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한 국내 순매수 종목을 앞질렀다. 지난해 말 705.67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1067달러로, 올해 들어 51% 뛰었다. 지난달 4일엔 1229.91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알파벳(7억1087만 달러)과 애플(6억6777만 달러), 엔비디아(6억3872만 달러), 메타(5억9824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4780만 달러) 등 대형 기술주에도 서학 개미의 '사자'가 집중됐다. 상장지수펀드(ETF)도 관심을 끌었다. 나스닥100 지수 상승률을 세 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울트라프로QQQ'(TQQQ) 등 ETF 3개도 순매수 상위 10종목에 포함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테슬라 쇼룸. AFP=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테슬라 쇼룸. AFP=연합뉴스

내년에도 개인의 강한 매수세가 이어질까. 일단 개인 화력은 여전히 막강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3일 기준 63조3463억원이다. 지난해 말(65조5227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직전 5년 평균(약 24조원)보다는 두 배 이상 많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7조7486억원으로 올해 들어 2조원 넘게 늘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개인 자금이 (예·적금 등으로) 이동했지만, 투자형 상품으로의 '머니 무브'를 되돌릴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특히 해외 주식 투자의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개인들이 역대급 매수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국내 주식을 25조원 넘게 순매수한 개인은 지난 11월부터 주식을 팔고 있다. 월별 기준으로 지난 11월(-2조3967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뒤 이달엔 7조500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개인의 매매 비중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0월까지 18개월 연속 60%를 웃돌았지만, 이달 들어선 48% 전후로 떨어졌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끌던 수급 주체는 개인이었지만, 현재는 흥미를 잃은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증시 전망도 썩 우호적이지 않다.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가 2800~3400 사이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코스피 저점(2822.73)과 고점(3316.08)을 고려하면 내년 증시가 올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 셈이다. 최근 최고치 행진을 벌이는 미국 증시에 대한 고점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 등 미국 통화정책의 기조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형성되는 만큼 증시가 불안정한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규모는 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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