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남조차 집이 안팔린다…2억 낮춘 '급매물' 잇따라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를 안내하는 전단이 붙어있다. 함종선기자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를 안내하는 전단이 붙어있다. 함종선기자

옛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9510가구의 전국 최대 규모 단지로 바뀐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이곳 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최근 '급매물' 광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곳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매수세가 위축돼 있어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거래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헬리오시티 33F 타입(전용 84㎡)의 경우 직전 거래가보다 2억2500만원 낮은 22억2500만원에 이달 15일 계약 됐고, 33E 타입은 22억원이 최근 실거래가다.

옛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에도 지난달부터 중개업소에 급매물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강북지역에서 시작된 매수세 위축 현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20일 기준)는 93.9로 지난주 95.2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9년 9월 16일 93.0을 기록한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11월 15일 99.6으로 100 밑으로 떨어진 후 이번 주까지 6주 연속 100이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집을 팔겠다고 집주인이 집을 사겠다는 주택수요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권역별로는 은평·서대문·마포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 매매수급지수가 91.2를 기록했다. 지난주 93.3보다 2.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 중구·종로구·용산구 등이 포함된 도심권도 91.6으로 지난주 94.8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노도강이 속한 동북권이 94.3에서 93.4로 하락했고, 영등포·양천·구로·동작구 등이 있는 서남권도 96.1에서 95.4로 내려갔다. 고가 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지난주 96.5에서 이번 주 94.6으로 하락했다.

매수세가 위축된 이유는 지역별로 다르다. 강남권의 경우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경우가 사라졌다. 송파구 잠실동의 이모 공인중개사는 "강남권에서는 집을 보유한 상태에서 여유자금으로 이른바 '갭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이런 수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권 급매물을 소화하는 매수세는 기존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옮기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다.

종로,양천,동작 등지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서는 아파트들이 늘어나면서 매수세가 줄었고, '노도강'과 '금관구'등 젊은 층의 '영끌'이 몰렸던 지역은 대출규제 강화 및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전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매수·매도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대선전까지는 매수자가 다소나마 우위를 점하는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