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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한명숙 구하기' 6년 끝에…文 '친노 대모'에 면죄부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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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친노(親盧) 진영의 ‘대모(代母)’로 불렸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4일 복권됐다. 2015년 대법원 선고 이후 6년간 여권의 집요한  ‘한명숙 구하기’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특별사면으로 실현된 것이다.

법무부는 24일 오전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선거사범 등 3094명의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면에는 2017년 3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총리가 포함됐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명숙 복권, 정치활동 제한 마침표, 추징금은? 

한 전 총리에 해당하는 복권은 ‘형 선고의 효력으로 인하여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의미다. 이제 한 전 총리는 선거에 출마하거나 공직에 몸담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의 3차례 독촉에도 아직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은 면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사면법에는 추징금에 대한 면제는 적시되어있지 않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추징금은 남아 있었다. 한 전 총리의 미납추징금은 7억828만5210원에 달한다. 확정 판결 6년째 추징금 8억 8300만원 가량 중 대부분을 미납한 것이다. 검찰은 올해 한 전 총리가 지난 6월 펴낸 『한명숙의 진실』 인세에서 추징금 일부를 환수했으나 260여만원을 돌려받는데 그쳤다.

한명숙 추징금 집행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명숙 추징금 집행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명숙 유죄 못뒤집자 檢수사 흠집내기…文이 직접 면죄부

6년 전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2018년 사망)씨로부터 미국 달러를 포함한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형과 추징금 8억8300만원가량을 확정 선고받았다.  2027년까지 피선거권도 제한됐다. 당시 대법관 13명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금액에 대해서 재판부 가운데 다수인 8명은 “9억원 전액 유죄”, 5명은 “3억원만 유죄”라고 의견이 엇갈렸을 뿐이었다.

만장일치 유죄 판단을 이끈 건 한씨의 1억원권 수표가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 자금으로 쓰인 점 등 명백한 물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앞선 1심에서 “돈을 주지 않았다”는 공여자 한씨의 진술 번복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하긴 했지만, 이는 나중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한씨는 정치자금 공여와 별도로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형을 확정 받았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2017년 8월 23일 만기 출소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일지. 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일지. 연합뉴스

그러나 여권은 지난해 4월 총선 압승 직후부터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무리한 검찰 수사’를 강조했다. 재심 신청을 통한 유죄 판결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고,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희생됐다는 명분을 찾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2020년 5월엔 검찰 수사팀이 한 전 총리 유죄 판결을 얻어낼 목적으로 한만호씨 동료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부추겼다는 모해위증교사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올해 7월 14일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 결과 무혐의로 최종 정리됐다. 근본적으로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한씨 동료 재소자들의 증언은 증거로써 포함되지 않았다. 설사 동료 재소자의 위증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한 전 총리의 유죄판단에는 다른 ‘물증’이 작용했다는 얘기였다.

한명숙 뭐길래…친노 대모, 자서전 펴내 ‘결백’ 주장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마지막 사면이 될 12월 말 신년 특사에서 직접 정치적 면죄부를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면은 문 대통령 재임 중 마지막 특별사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빠(한명숙 열렬 지지자)’라고 표현하며 “한명숙 전 총리를 좋아한다. (차기 국가 지도자로) 한 전 총리만 한 분이 없다”고 추켜세울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전 총리가 민주당에서 갖는 상징성 역시 크다. 정통 운동권이자 시민 단체 그룹 대모이며, 친노 핵심에 민주당 적자라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남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가 결혼 6개월 만에 통혁당 간첩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13년간 옥바라지를 했다. 이후 ‘사회운동→DJ정부 여성부 장관→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에 민주당 당대표’까지 지냈다. 한 전 총리 역시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자주 “나의 뒤를 이을 대통령감”으로 지목했다고 『한명숙의 진실』에서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한명숙 상임선대위원장과 문재인 후보. 중앙포토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한명숙 상임선대위원장과 문재인 후보. 중앙포토

그런데도 ‘뇌물을 받아챙겼다’는 한 전 총리 사건은 그간 민주당엔 큰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진영의 도덕성에 큰 생채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는 사건 당시부터 현재까지 줄곧 “나는 결백하다”며 반발해왔다. 수감 직전 성경책과 백합꽃을 드는 퍼포먼스를 한 것도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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