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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명 경험 쌓였다"…넥슨도 쓴다, 텐센트의 클라우드 베팅 [팩플]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미국 뉴욕·시카고 등 일부 지역에서 주식 거래, 물류, 스마트홈 시스템이 마비됐다. 원인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9시간 동안 이어진 접속 장애. 한국에서도 지난 13일 클라우드 서버 문제로 방역패스 앱 ‘쿠브’(COOV)가 먹통이 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클라우드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단적인 사례다.

클라우드는 여러 개의 서버를 하나의 컴퓨터처럼 만들고, 이를 다시 필요한 만큼 나눠쓰는 서비스다. 산업계에선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활용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로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선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2021년 3850억 달러(약 456조)에서 2025년 8090억 달러(957조원)로 연평균 성장률은 21%에 달한다. 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가 치열하게 경쟁한다.

중국의 대표 IT 기업 텐센트 역시 클라우드 사업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20년말 텐센트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은 2%를 넘어서 오라클을 앞섰고, IBM(5위)과 세일즈포스(6위)를 추격하고 있다. 중앙일보 팩플은 포슈 영 텐센트 클라우드 인터내셔널 수석부사장을 지난 15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향후 30년은 클라우드의 전성시대”라며 “세분화된 산업별 클라우드 솔루션이 산업 모든 영역에서 사용자 경험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 수석부사장은 구글·오라클 등을 거쳐 2008년 텐센트에 합류, 텐센트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죽스(JOOX)의 성공을 주도했다.

텐센트 클라우드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전략과 운영을 총괄하는 포슈 영 수석부사장. 텐센트 제공

텐센트 클라우드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전략과 운영을 총괄하는 포슈 영 수석부사장. 텐센트 제공

코로나가 부른 가속

코로나 이후 IT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디지털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얼마나 체감하나. 
“IT 업계에선 10~15년 전 클라우드 컴퓨팅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빠르게 선보이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젠 온라인 아니고선 어떤 시도도 불가능한 상황이지 않나. 최근 2년간 클라우드 사용량은 연간 2~3배씩 증가했고, IT 업계 전반이 엄청난 가속을 경험하고 있다. 자동차, 금융, 의료 등 모든 산업이 클라우드로 넘어가고 있다.”
클라우드는 B2B라 소비자들에겐 좀 막연하다.
“소비자는 앱이 클라우드 상에 있는지 알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게임, 영상, 넷플릭스 등을 쓰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의 차이를 느끼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에 초고속 컴퓨팅이 붙고, 5G 통신도 자리를 잡으면 경험의 차이는 더 확실해질 것이다.”

영 부사장은 “팬데믹으로 연결성(connectivity)이 경제·사회 발전의 토대이고, 데이터가 곧 생산의 핵심 요소라는 게 증명됐다”며 “디지털 전환에서 클라우드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AWS, MS, 구글 빅3 vs 텐센트

AWS, MS 애저(Azure), 구글이 '클라우드 빅3'로 꼽힌다. 텐센트에 남은 기회가 얼마나 될까.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일부 업체만 주도한다고 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주요 클라우드 기업이 정말 엄청나게 성장했다. 텐센트만 봐도 2020년엔 전년 대비 100%를, 올해도 그 이상의 세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향후 10년, 길게는 30년간 세상 모든 것이 클라우드로 넘어갈 게 분명하기에 기회는 많다.”
텐센트는 빅3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
“산업별 솔루션이 강점이다. 제조·농업·공공 서비스·의료·교육·여행·금융·리테일 등 30개 이상의 산업군에 300개 넘는 솔루션이 있다. 중국이란 거대 시장에서 다양한 산업을 직·간접적으로 하면서 산업별 전문 지식을 축적했다.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텐센트 클라우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텐센트 클라우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 클라우드로 커넥트하라

한국이나 동북아 시장에서 클라우드 경쟁은 어떤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은 텐센트 클라우드의 로드맵에서도 핵심이다.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 한국의 톱 20 게임사 대부분이 우리 고객이고, 이들은 게임 개발단계부터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올해는 상위 2개 주요 이커머스 회사가 텐센트의 영상 클라우드 솔루션를 쓰기 시작했고, 원스토어(앱마켓)나 경동나비엔, 공공분야도 텐센트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0년 정보화 통계조사’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인 이상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률은 23.5%다. 미국(51.8%, 2017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텐센트도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본다. 영 수석부사장은 “게임사 등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늘수록 우리가 도울 일도 는다"며 "한국은 정부가 클라우드 전면 전환 정책을 추진할 정도로 정부 의지도 높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작년 말 한국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열었다.

미국은 중국 IT기업을 경계하고,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워졌다. 텐센트에도 영향이 있을텐데.
“여러 지정학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텐센트는 메신저 위챗, QQ 등 10억명이 넘는 중국 사용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엔 클라우드뿐 아니라 위챗 미니프로그램 등 텐센트가 만든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차이나 커넥트’를 제공하고 있다.”
텐센트는 QQ, 웨이신(위챗)을 중심으로 영상, 음악, 결제, 게임,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텐센트 클라우드데이 2021]

텐센트는 QQ, 웨이신(위챗)을 중심으로 영상, 음악, 결제, 게임,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텐센트 클라우드데이 2021]

클라우드의 미래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이 어떻게 진화해 갈까.
“과거엔 클라우드라 하면 서버 같은 인프라를 의미했다. 지금은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상황에 맞게 유연성을 제공하는 맞춤형 클라우드가 필요해졌다. B2B뿐 아니라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형태로 OTT, 음악, 금융, 보험, 뱅킹 등 분야별 특화 클라우드 솔루션이 확장될 것이다.”

영 수석부사장은 모든 서비스가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XaaS(Everything as a Service)’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텐센트 클라우드가 유망하게 보는 시장은?
“온라인 뱅킹, 의료, 자율주행차용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선 산업공급망 모니터링 솔루션을 연구·구축하는 중이다. 클라우드 위에 기술이 얹혀지면 최종 소비자의 경험이 달라진다. 클라우드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선 일반 소비자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하이테크 기술을 매끄럽게(Seamless) 쓰는 게 일반화됐다. 이게 바로 클라우드의 힘이다.”
내년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전 세계 6개의 신규 데이터센터(방콕, 프랑크푸르트, 홍콩, 도쿄, 자카르타, 상파울루)를 추가했다. 내년엔 바레인에 데이터 허브를 구축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서비스를 시작하고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도 데이터센터를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투자를 2배로 늘리려 한다. 향후 5년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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