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무한대 시뮬레이션의 힘…디지털 트윈 필요한 병원·백화점·공장

팩플레터 179호, 2021.12.10

Today's Topic
'메타버스, 미래인가 거품인가'

안녕하세요, 여러분 '금요 팩플' 설문 언박싱입니다! 지난 화요일엔, ‘이 거울이 니 거울인가? 디지털 트윈이 온다’ 레터를 보내드렸습니다. 정원엽·박민제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오늘은 박민제 기자의 취재 후기를 먼저 전해 드립니다.

디지털 트윈에 관한 여러 콘텐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블랙미러의 ‘시스템의 연인’ 에피소드입니다. 드라마는 근미래의 어느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코치’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계속 남녀를 소개 시켜주는 이야기입니다. 시스템은 알고리즘에 따라 소개 대상부터 식사 장소, 메뉴, 함께 시간을 보낼 기간과 장소까지 모든 걸 정해줍니다. 이용자가 여러 사람을 만난 데이터를 종합해 최종적으로 배우자가 될 사람을 골라주는데 매칭 성공률이 무려 99.8%에 달합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에이미와 프랭크는 시스템의 소개로 만나 첫눈에 반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허락한 이들의 만남 시간은 고작 12시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지만 시스템은 계속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을 강요합니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몇년씩 같이 살게 하죠. 결국 반기를 든 두 사람은 시스템을 피해 장벽 너머로 도망칩니다.
(※지금부턴 스포일러 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 이어지는 반전입니다. 이 모든 게 데이팅앱의 디지털 트윈 안에서 벌어진 시뮬레이션이라는 점이죠. 시스템이 막아도 만날 천생연분을 1000번의 시뮬레이션으로 찾아 검증한 것입니다. 프랭크와 에이미 사이는 검증됐고 현실세계에선 이날부터 첫 만남을 시작합니다.

드라마적 상상력의 범주겠지만 앞으로 디지털 트윈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 중 하나는 이 같은 시뮬레이션 기능이 될 것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라면 시간과 비용 문제로 충분치 못했을 검증을 디지털 트윈 내에서 무한대로 반복한다면 최적의 결론을 찾아낼 수 있죠.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가 팩플팀과 인터뷰에서 “디지털 트윈은 AI 로봇을 훈련시킬 최적의 공간”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훈련 안된 AI로봇을 실제 인간이 생활하는 현실세계에 바로 투입했을 경우 벌어질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니까요. 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AI훈련장, 디지털 트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거 같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팩플 구독자님들께선 디지털 트윈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어하셨는지 같이 살펴 보러 갈까요? 오늘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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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팩플레터(2021.12.7)에선 메타버스 및 디지털 트윈과 관련해 메타버스 열풍을 어떻게 보시는지, 디지털 트윈으로 어떤 상상이 가능할지를 여쭤봤어요. 👉[팩플]이 거울이 니거울인가? 디지털 트윈이 온다

우선 최근 메타버스 열풍에 대해서 팩플 독자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첫 질문은 ‘메타버스 열풍 어떻게 평가하세요?’로 드렸어요.

팩플레터 179호

가장 많은 응답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발전을 지켜봐야 한다’였어요. 42.6%가 택해주셨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봐야 한단 신중론으로 해석됩니다. 최근엔 또 다른 게임체인저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과 결합하는 모습이라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두번째로 많은 응답은 ‘모바일 다음을 이끌 혁신적 기술!’(31.9%)이었습니다. 메타버스가 대세가 될 기술이라는 확신을 가진 응답이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게임업계를 비롯해 통신, 포털, 엔터테인먼트 업계까지 메타버스를 다음 먹거리로 꼽고 전략적 투자를 시작했죠. 심지어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이름까지 ‘메타’로 바꾸었으니까요.

반면 19.1%의 독자분들은 ‘관심이 쏠리며 과도하게 평가 받고 있다’고 답해주셨어요. ‘거품이 아닐까? 주목해야 할 다른 기술이 많다’(6.4%)까지 합치면 응답자의 1/4 가량이 메타버스 열풍이 과하다고 보셨습니다. 실제로 기술적인 특장점이나 비즈니스 모델로서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아요. 초기 시연 영상만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이구요. 이런 우려점을 짚어 주신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달 한국게임학회가 주최한 ‘메타버스 환상인가, 미래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김정수 명지대 교수는 “메타버스는 단기적으로는 환상으로 볼 수 있고, 장기적 관점으론 미래라고도 볼 수 있다”며 “산업 발전이나 미래 기회를 두고 볼 때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했습니다. 메타버스의 가능성과 구체화된 디지털 트윈 등의 가능성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GE헬스케어의 디지털 트윈 '미래의 병원(Hospital of the Future)' 시뮬레이션 제품. 시나리오 별로 간호사 인력 배치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사진 GE헬스케어]

두번째 질문은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은 게 있으면 제안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요. 인상 깊었던 제안을 소개드릴께요.

"병원을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의 경우에는 하루 외래 환자가 1만명 정도 됩니다. 보호자까지 더하면 하루 대학병원을 통과하는 사람만 2만명 이상이에요.

그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접수, 진료대기, 진료, 검사예약, 수납 등의 절차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했어요. 정작 진료시간은 3-5분에 불과한데요.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더욱이 병원 체류환자가 많아질수록 감염관리에 더 큰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고요. 디지털 트윈 에서 접수, 예약, 원무업무 등을 해결하고 최소 시간만 병원에 체류할 수 있게 한다면 많은 자원을 아끼고 감염 관리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트윈을 '실험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많았습니다.

‘"실험할 때 변수를 미리 파악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면 최적 원료나 반응 조건을 찾기 위해 실험을 여러번 거치지 않아도 될테니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 공장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 불량률 감소 및 산재 사고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커머스, 자율주행 등에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이 가상환경으로 있으면 좋겠어요. 미리 해당 상품이나 제품을 확인할 수 있겠고, 가상 아바타도 백화점에 보내서 미리 옷이 어울리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품 구매시 재고 파악 할 수 있고, 헛걸음 하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요소를 대비할 수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 등을 미리 테스트해보고 실제 적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관광이나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제안도 나왔습니다. 해외 유명 관광지나 박물관을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자는 분은 ‘코로나라서 직접 못가는 대신에 그대로 복붙한 가상 세계에서라도 여행 가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드라마 등 컨텐트 속 공간을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활용하자’는 참신한 제안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 ‘가상학교를 통해 교육공간으로 활용하자’, ‘오피스를 만들어 출근하고 싶다’, ‘가상 아파트를 만들어 내부를 자유롭게 디자인 해볼 수 있게 하자’, ‘부동산 매물을 디지털 트윈에서 확인하고 싶다’ 같은 의견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비군 훈련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워게임 처럼 예비군 훈련도 FPS나 전략시뮬레이션을 결합해서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번 설문엔 총 47명의 구독자께서 참여해주셨습니다. 여러분 참여로 팩플이 더 풍성해졌어요! 설문에 참여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팩플언박싱, 흥미로우셨나요?
팩플은 여러분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저희는 다음 화요일에 다시 찾아뵐게요.

팩플레터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어요.

💌화요일, 이슈견적서 FACTPL_Explain이 담긴 레터를 발송합니다.
💌목요일, 팩플의 인터뷰와 칼럼이 담긴 FACTPL_View를 드립니다.
💌금요일, 화요일 레터의 설문 결과를 공개하는 FACTPL_Unboxing을 보내드려요.

팩플팀 factp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