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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한 김한길 미션은? 이준석 “창당 노리는 세력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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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권교체를 해야 하고 민주당은 들어갈 수가 없어서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습니다만, 국민의힘이 진정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늘 주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3일 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한 발언이 정치권에서 작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9가지 생각이 다른 분들을 다 포용할 수 없는,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혁신을 도와주기 위해 진보와 중도 진보, 호남과 여성, 청년과 많은 유능한 분들이 저희와 함께 동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에 대한 셀프 비판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그가 했던 이른바 ‘당 해체’ 발언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윤 후보는 당시 자신을 공격하던 경쟁 후보들에 대해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며 “정권교체를 하려면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이보다 앞서 7월말 입당 때는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 당의 외연을 넓히고 종전보다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 변해야 할 건 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일련의 발언에 정치권은 지난 12일 닻을 올린 후보 직속위원회인 ‘새시대준비위원회’(이하 ‘새시대위’)를 떠올리고 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새시대위는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이용호 의원 등 옛 국민의당 출신 정치인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품고 있다. 당시 윤 후보는 출범식에서 “실사구시, 실용주의 정당”을 강조하며 “새시대위가 바로 그 ‘뉴 프런티어’에서 국민의힘이 확 바뀌게끔 도와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장풀)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환영의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현장풀)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환영의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사실 출범 2주째인 현재까지 새시대위의 역할을 놓고 당 내에선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조직인지 모르겠다”는 수군거림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현재 40여명 규모의 새시대위는 세 개의 후보 직속위원회 중 가장 몸집이 크다. 새시대위 관계자들 사이에선  "우리는 별도 본부를 두고 있어서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역할이 모호했다.

처음엔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확장’을 조직의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제 공개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 새시대위 관계자들도 “지켜보라. 물밑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며 자세한 활동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영입인사인 신지예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을 둘러싼 당 내 분란은 가중되고 있다. 신 부위원장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데다 탈원전 찬성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에 대해 “당과 색깔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불만이 나온다. 신 부위원장이 합류한 후 23일 현재까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매일 십수명의 당원들이 “신 부위원장 사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당협위원장은 “신 부위원장 영입 이후 2030 남성들의 탈당 러시가 심상찮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알쏭달쏭한 역할의 새시대위에 대해 윤 후보 주변에선 "‘정권교체 이후’를 준비하는 조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후보가 김한길 위원장의 재능과 실력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며 "사실상 그는 ‘프리롤(free role)’을 수행중”이라고 했다. 새시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을 필두로 구성원들이 계속 여러 사람을 접촉하고 매일 아침 8시에 회의하는데, 결과는 즉각 후보에게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민주당 계열의 창당과 합당을 주도하며 정계개편 과정을 이끌었던 김한길 위원장의 이력이 주목을 끈다. "윤 후보가 집권 시 새시대위를 교두보로 제3지대를 끌어안는 ‘윤석열 중심의 새판’을 구상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민의힘이 집권을 하게 될 경우 180석의 야당을 상대하는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는데, 정계의 세력분포를 뒤집을 물밑 그림을 새시대위가 그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윤 후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또 있다”고 말한 걸 두고도 “새시대위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윤 후보는 새시대위 출범식에서 정계개편에 대한 질문에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금의 민주당도 많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 측에선 “창당 후 한나라당에서 독수리 오형제를 빼낸 열린우리당의 창당 사례를 떠올려보라","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의 과반을 깨뜨리는 열린우리당식 창당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의 캠프 사람들 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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