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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검찰 조서 증거능력’ 제한되는데 헌재는 ‘각하’ 왜?

중앙일보

입력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서 유해용 변호사(前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판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 변호사가 옛 형사소송법 312조 1항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유 변호사가 이미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만큼 위헌 여부를 결정해도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유해용 “검찰 조서로 재판, 위헌”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을 지낸 유 변호사는 2016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한 혐의 등으로 2019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퇴직 후 대법원 문건을 무단으로 들고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도 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연합뉴스

당시 유 변호사는 검찰 신문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옛 형사소송법 312조와 피의자 출석요구에 제한을 두지 않는 같은 법 200조가 위헌이라며 2019년 6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현행법은 출석요구권에 제한이 없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을뿐더러 피의자 신문 조서에 광범위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면서다.

무죄 확정 나자 헌재는 ‘각하’ 결정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의 무죄가 확정됐으므로 이 사건 위헌 결정이 당해 사건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심판 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유 변호사는 앞서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법원은 유 변호사의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임종헌 전 차장과의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당시 검찰 진술 조서는 검사의 반복된 추궁에 진술했을 뿐”이라는 유 변호사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내년부터 개정법 따라 ‘檢 조서 없는 재판’

이와 별개로 유 변호사가 지적한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형사소송법은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개정 시행된다. 개정법에 따라 앞으로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해도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면 검사의 피의자 신문 조서는 유죄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개정법은 객관적 증거에 의한 수사를 강화하고 재판에서 충실한 구술 심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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