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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측근 기준, 집 초대하거나 말 놓거나"…형님리더십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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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반복되는 당 내홍에 국민의힘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의 끊임없는 충돌 끝에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로 번지자 “갈등 해결을 위해 도대체 윤석열 후보는 뭘 했느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리더십 자체에 의문 부호를 붙이는 사람도 자연히 늘어났다. 정치 신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윤 후보에 대해선 “조직관리 등 하드 파워적 리더십 기술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꼽은 ▶하드 파워(조직 관리, 마키아벨리 전략) ▶소프트 파워(정서 지능, 비전, 소통) ▶스마트 파워(맥락 지능) 등의 리더십 유형 중 조직 관리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에는 초보지만 평생 검찰 조직에 몸담았고 검찰총장까지 지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2013년 10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2020년 10월)라는 국정감사 발언으로 ‘강골 검사’라는 이미지도 얻었다.

하지만 당 내홍 사태 속에 그의 ‘조직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던 조수진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당 회의에서 “난 후보 지시만 받는다”며 상급자인 이 대표에게 사실상 공개 항명을 한 뒤에도 윤 후보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튿날 오후 4시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예고한 뒤에도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 두 분 사이 관계를 잘 매듭짓는 것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게 아니냐”며 논란과 거리를 뒀다. 이 대표는 22일 오전 중앙일보 기자와 만났을 때까지도 ‘윤 후보와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수진 논란 불거졌지만 이준석과 연락 안해 “방치” 논란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때 (권력과) 싸우는 걸 보고 ‘인파이터’(저돌적 공격수)로 알았는데 최근 모습을 보면 ‘아웃복서’(수비형 공격수)가 돼가고 있다”며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위기돌파형인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내향적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닮은 모습”이라고 평했다.

실제 윤 후보의 경우 정치 시작 뒤 위기 때마다 전면에 나서 수습하기보다 일단 지켜보는 수세적 대응이 잦았다. 부인 김건희씨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은 정치권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공격’이었다. 그런데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다가 지난 17일 뒤늦게 김씨 관련 의혹에 고개를 숙였다. 22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야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거나 “(김씨의 공개 활동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뒷북 대응을 쏟아냈다. 선대위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조차 “왜 이렇게 반응이 늦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야당 사정에 밝은 정치 원로는 “윤 후보는 평생 검사동일체 원칙의 조직에서 생활한 사람”이라며 “본인은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조직 내) 민주주의를 겪을 일이 없는 조직에서 생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검찰 생활이 소통의 핵심인 정치적 리더십의 배양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일부 선대위 실무자들은 “후보가 선대위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회의에 참석해야 다양한 의견을 듣고 때로는 반대 의견도 알 수 있는데 그럴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불만이다.

당 안팎의 반발을 부른 ‘페미니스트’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영입 때도 윤 후보는 지난 20일 오전 7시 50분에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전방부대 방문을 위해 강원도 철원으로 떠났다. 선대위 관계자는 “요즘 각종 선대위 회의에 들어가면 참석자들이 말을 잘 안 한다”며 “말을 해봤자 바뀔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윤석열(가운데) 대선 후보와 이준석(왼쪽)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가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성지원 기자

지난 3일 국민의힘 윤석열(가운데) 대선 후보와 이준석(왼쪽)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가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성지원 기자

당내에선 “윤 후보의 집에 초대됐느냐, 윤 후보가 말을 놓느냐가 측근의 기준”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윤 후보의 서초동 자택에서 윤 후보 부부와 편하게 대화한 경험이 있는지, 윤 후보가 편히 말을 놓을 수 있을 만큼 상하 관계가 분명한 사이냐에 따라 친밀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에서 친밀도를 높이는 방식에 익숙한 윤 후보가 이른바 ‘형님 리더십’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소개했다. “윤 후보가 여의도 사람들보다 과거 함께 일했던 검찰 출신 측근들을 더 신뢰한다”는 얘기와 함께 ‘서초동 캠프’의 존재를 둘러싼 풍문이 돌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돼버린 소위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선 “정적(政敵)뿐 아니라 형제까지도 제거해 아들 세종이 성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한 태종 이방원의 리더십에서 윤 후보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는 지적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태종은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한 대표적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그 문제에 대해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이) 얘기하다가 국민의힘의 싸움이 터지지 않았느냐”며 “지도자의 공(公)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사로움을 배척하는 데도 있다”고 했다.

→ 윤석열 후보 정보 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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